Simple equations, infinite depth.
정수해만 묻는 방정식을 디오판토스 방정식이라 합니다. 적는 데 한 줄이면 충분한데, 그 안엔 올림피아드의 전설부터 무한히 솟는 해, 나무처럼 가지치는 해, 그리고 358년을 버틴 난제까지 — 깊은 세계가 통째로 들어 있죠. 가장 단순한 식들이 숨긴 가장 깊은 이야기.
1988년 호주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의 6번 문제는, IMO 역사에서 아직도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정답률만 따지면 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이 문제는 아래 일화 덕에 ‘서사’를 갖춰 그 타이틀을 쉽게 내줄 것 같지 않아요.
아서 엥겔은 저서 Problem-Solving Strategies에서 이 문제의 일화를 전합니다. 출제위원회의 수학자 여섯 명이 풀지 못했고, 호주의 정수론학자 네 명에게 6시간을 주었지만 아무도 못 풀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문제를 후보에 올리며 ‘아주 어렵다’는 뜻으로 별표 둘(**)을 달았고, 단장 회의를 거쳐 결국 출제됩니다. 그리고 — 고등학생 11명이 이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이 문제가 전설인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도 회자되는 간결한 풀이입니다.
\(k=\dfrac{a^2+b^2}{ab+1}\)이 정수라 하자. \(k\)가 완전제곱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모순을 이끈다. 식을 정리하면 \(a^2 - k\,ab + b^2 - k = 0\). 이 식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해 \((a,b)\) 중 \(a+b\)가 가장 작은 것을 고르고, \(a\ge b\)라 두자.
\(b\)를 고정하고 \(x^2 - (kb)\,x + (b^2-k)=0\)의 근으로 보면, 한 근은 \(a\)이고 다른 근 \(a'\)은 근과 계수의 관계로
$$ a' = kb - a = \frac{b^2-k}{a}. $$\(a'=kb-a\)는 정수다. 또 \(a'\ge 0\)이며(음수라면 \(a'^2-ka'b+b^2-k>0\)이라 모순), \(a'=0\)이면 \(b^2-k=0\) 곧 \(k=b^2\)로 완전제곱 — 가정에 어긋난다. 따라서 \(a'\ge 1\). 그런데 \(a'=\dfrac{b^2-k}{a}\le\dfrac{a^2-k}{a}\lt a\)이라, \((a',b)\)는 더 작은 양의 정수해 — 최소성에 모순. 그러므로 \(k\)는 완전제곱수다. \(\blacksquare\)
이렇게 비율을 상수로 고정한 뒤 근과 계수의 관계로 다른 해를 찾아 그쪽으로 ‘점프’하는 방식은, 오늘날 올림피아드 정수론의 정석이 되어 비에타 점프(Vieta jumping)라 불립니다. 두 변수 다항식의 비율이 정수가 될 조건을 묻는 유형에서, 식을 2차 대칭식으로 만들어 점프하는 식이죠.
비에타 점프는 모순을 만드는 데만 쓰는 게 아닙니다. 거꾸로 점프해 해를 키우면, 조건을 만족하는 모든 해를 길어올릴 수 있어요. 깔끔한 예 하나 —
\(b\)를 고정하면 \(x^2 - 3b\,x + (b^2+1)=0\), 두 근의 합은 \(3b\). 한 해 \((a,b)\)에서 다른 근 \(3b-a\)로 점프하면 또 다른 해가 나오죠. 가장 작은 해 \((1,1)\)에서 시작해 점프를 거듭하면 — 놀랍게도 해가 전부 피보나치 수로 떨어집니다: \((1,1),(1,2),(2,5),(5,13),(13,34),\dots\) 즉 \((F_{2k-1},F_{2k+1})\).
임의의 양의 정수해 \((a,b)\) (단 \(a\ge b\))에서 작은 쪽으로 점프하면 \((b,\,3b-a)\)가 나오는데, 새 좌표 \(3b-a=\dfrac{b^2+1}{a}\)는 늘 양의 정수이고, \(b>1\)이면 \(b\)보다 작습니다. 즉 큰 좌표가 매번 엄격히 줄면서도 양수를 유지하니, 이 하강은 반드시 멈추고 — 더는 줄일 수 없는 최소해 \((1,1)\)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비에타 점프는 가역(양방향)입니다. \((1,1)\)에서 거꾸로 위로 점프하면 그 해가 그대로 다시 나오죠. 따라서 모든 해는 \((1,1)\)에서 출발한 단 하나의 사슬 위에 있습니다 — 그 사슬이 곧 위의 피보나치 수열입니다. 사슬 밖의 다른 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blacksquare\)
가장 유명한 디오판토스 방정식 중 하나는 펠 방정식입니다(\(D\)는 완전제곱이 아닌 양의 정수):
$$ x^2 - D\,y^2 = 1. $$\(D\)가 완전제곱이면 시시하지만, 아니면 — 해가 무한히 많습니다. 가장 작은 양의 해(기본해) \((x_1,y_1)\) 하나만 찾으면, 나머지는 전부 \((x_1+y_1\sqrt D)^n\)을 전개해 얻어집니다. 신기한 건 기본해의 크기가 \(D\)에 따라 들쭉날쭉이라는 점 — \(D=13\)이면 벌써 \((649,180)\)이죠. 또 \(x/y\)는 \(\sqrt D\)의 최적 유리수 근사(연분수의 수렴값)가 됩니다.
이번엔 변수가 셋입니다.
$$ x^2 + y^2 + z^2 = 3xyz. $$해 \((1,1,1)\)에서 출발해 — 여기서도 비에타 점프! 두 변수를 고정하고 나머지를 \(z\mapsto 3xy-z\)로 점프하면 또 다른 해가 나옵니다. \((1,1,1)\to(1,1,2)\to(1,2,5)\to(1,5,13),(2,5,29)\to\cdots\) 이렇게 모든 해가 하나의 나무(마르코프 트리)에서 가지를 칩니다. 거기 등장하는 수 \(1,2,5,13,29,34,89,\dots\)가 마르코프 수죠.
마르코프 수는 무리수를 유리수로 얼마나 못 근사하는가(라그랑주·마르코프 스펙트럼)와 깊이 얽혀 있고, "가장 큰 원소가 삼중쌍을 유일하게 정하는가?"라는 유일성 추측은 100년 넘게 미해결입니다. 역시, 단순한 식 속의 깊은 세계.
페르마로 가기 전에 \(n=2\)를 봅시다. \(a^2+b^2=c^2\)의 양의 정수해(피타고라스 삼중쌍)는 \((3,4,5),(5,12,13),\dots\) 무한히 많은데 — 사실 전부 한 공식으로 적힙니다. 서로소인 \(m>n\ge1\)에 대해
$$ a=m^2-n^2,\quad b=2mn,\quad c=m^2+n^2. $$이게 모든 (원시) 삼중쌍이라는 건 기하로 보면 환합니다. 양변을 \(c^2\)으로 나누면 \((a/c)^2+(b/c)^2=1\) — 곧 단위원 위의 유리점 찾기예요. 한 유리점 \((-1,0)\)에서 기울기 \(t=n/m\)인 직선을 그으면, 원과 만나는 다른 교점도 반드시 유리점이 되고(2차식의 두 근 중 하나가 유리수면 다른 하나도), 그게 바로 \(\bigl(\tfrac{m^2-n^2}{m^2+n^2},\tfrac{2mn}{m^2+n^2}\bigr)\)입니다. 직선 하나가 유리점 하나 — 그래서 해가 무한히 많죠. (이 사영이 \(\tan\tfrac\theta2\) 치환의 정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가장 단순해 보여서 가장 오래 버틴 식입니다.
$$ x^n + y^n = z^n \qquad (n\ge 3). $$\(n=2\)면 피타고라스 삼중쌍이 무한히 많습니다(\(3,4,5\); \(5,12,13\); …). 그런데 지수를 \(3\)으로만 올려도 — 양의 정수해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1637년 페르마는 책 여백에 "경이로운 증명을 찾았으나 여백이 좁아 못 적는다"는 쪽지를 남겼고, 그 한 줄이 358년의 추적을 낳았죠. 오일러·제르맹·쿠머를 거쳐, 마침내 1994년 앤드루 와일스가 — 타원곡선과 모듈러성(타니야마–시무라)이라는, 여백은커녕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 현대 수학으로 — 증명합니다.
페르마 정리 전체는 354년이 걸렸지만, 페르마 자신은 \(n=4\)를 자기 손으로 증명했습니다. 그가 쓴 무기가 무한강하법 — 그리고 이게 1·2장 비에타 점프의 조상입니다. "해가 있다면 더 작은 해를 만들 수 있다 → 끝없이 작아질 순 없으니 모순"이라는, 바로 그 강하 논법이죠.
해가 있다면 \(z\)가 최소인 (서로소) 해 \((x,y,z)\)를 잡는다. 그러면 \((x^2,y^2,z)\)는 피타고라스 삼중쌍이니, 5장의 매개변수화로 \(x^2=m^2-n^2,\ y^2=2mn,\ z=m^2+n^2\). 여기서 \(x^2+n^2=m^2\)이 또 피타고라스 삼중쌍이 되고, 다시 매개변수화하면 — 더 작은 \(z'\)을 갖는 새 해가 나온다. \(z' \lt z\)이라 최소성에 모순. 그러므로 해는 없다. \(\blacksquare\)
"있다면 더 작은 게 있다"는 이 강하가, 비율을 고정하고 작은 해로 점프하던 비에타 점프와 정확히 같은 심장을 가졌습니다. 올림피아드의 점프와 페르마의 강하는 한 핏줄이었던 거죠.
그렇다면 페르마 정리 전체는 어떻게 증명됐을까요? 무대는 타원곡선 — \(y^2=x^3+ax+b\) 꼴의 곡선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곡선 위의 점들을 더할 수 있다는 것 — 그것도 현과 접선이라는 작도로요.
두 점 \(P,Q\)를 잇는 직선은 곡선과 세 번째 점에서 만납니다(3차식이니까). 그 점을 \(x\)축에 대칭시킨 것을 \(P+Q\)로 정의하면 — 믿기 어렵게도 이게 결합법칙까지 갖춘 덧셈군이 됩니다. 유리점끼리 더하면 또 유리점이 나오고요.
모델 정리는 유리점들이 유한개의 생성원으로 다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그 개수가 ‘랭크’). 페르마 증명도 "만약 \(a^p+b^p=c^p\)의 해가 있다면 너무 괴상해서 존재할 수 없는 타원곡선이 생긴다(모듈러성)"는 길을 통과했고, 합동수 문제(유리 직각삼각형의 넓이가 되는 정수?)도 결국 타원곡선의 랭크로 번역됩니다.
인터넷에 도는 ‘95%는 못 푼다’는 과일 퀴즈가 있습니다. 사과·바나나·파인애플을 \(a,b,c\)라 하면 —
$$ \frac{a}{b+c}+\frac{b}{a+c}+\frac{c}{a+b}=4,\qquad a,b,c\in\mathbb{Z}^{+}. $$얼핏 중학교 분수 문제 같죠. 함정은 양의 정수라는 조건입니다. 음수나 유리수까지 허용하면 쉽지만, 양의 정수만 찾으려 하면 — 이 식은 사실 타원곡선(8장!)이고, 양의 해는 그 곡선 위 무한 위수의 유리점에 대응합니다. 그래서 가장 작은 해조차 손으로는 절대 못 찾아요. 브렘너와 매클라우드(2014)가 밝힌 가장 작은 양의 정수해는 — 무려 80자리가 넘습니다.
오른쪽 값을 \(4\) 대신 더 키우면 해의 자릿수는 폭발적으로 늘어, 어떤 경우엔 수십·수백만 자리가 필요합니다. ‘귀여운 한 줄’ 뒤에 타원곡선의 깊은 구조가 통째로 숨어 있던 셈이죠 — 이 페이지 제목 그대로, 간단한 방정식에 숨은 세계의 완벽한 표본입니다.
마지막 반전. 지금까지 방정식마다 영리한 기법(점프·강하·매개변수화·군)이 필요했죠. 그렇다면 — 아무 디오판토스 방정식이나 받아 정수해가 있는지 없는지 판정하는 만능 알고리즘이 있을까요? 1900년 힐베르트가 스물세 문제 중 열 번째로 던진 질문입니다.
답은 1970년 마티야세비치(데이비스·퍼트넘·로빈슨의 토대 위에서) — 그런 알고리즘은 없다. 디오판토스 방정식의 해 존재 여부는 결정 불가능합니다. 사실 "디오판토스 방정식으로 정의되는 집합"은 "컴퓨터가 나열할 수 있는 집합(재귀열거)"과 정확히 같아서, 튜링 기계의 정지 문제와 한 몸이죠 (계산 이론과 만나는 지점이자, 그 밑바닥엔 칸토어·괴델·튜링을 한데 꿰는 대각선 논법이 깔려 있습니다). 한 줄짜리 식들의 세계엔, 일반적인 ‘풀이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frac{a^2+b^2}{ab+1}\), \(x^2-Dy^2=1\), \(x^2+y^2+z^2=3xyz\), \(x^n+y^n=z^n\) — 넷 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올림피아드의 전설, 무한히 솟는 해, 끝없이 가지치는 나무, 그리고 한 시대의 수학을 통째로 동원해야 했던 증명이 들어 있었죠. 디오판토스 방정식의 매력은 바로 이것 — 입구는 한 줄, 안은 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