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에서 낑낑대던 문제가, 한 차원 올라서면 갑자기 훤히 보일 때가 있습니다. 2차원
타일링이 3차원 정육면체 더미가 되고, 평면의 세 원이 공간의 세 구가 되며, 원을 덮는 널빤지가 구 위의 띠로
바뀌는 순간 — 어려움이 증발합니다.
0한 차원 위에서 내려다보기
좋은 문제 풀이는 종종 관점의 이동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짜릿한 건 차원을 하나 올리는 것이죠.
평면 안에서는 얽혀 보이던 것이, 3차원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단순한 그림자나 단면(斷面)으로 정리됩니다.
이 "한 차원 더하기"의 발상으로, 세 가지 문제를 차례로 올려다봅니다 — 마름모 타일링, 몽주의 정리,
그리고 타르스키의 널빤지 문제.
1마름모 타일링은 사실 쌓인 정육면체다
정육각형을 \(60^\circ\) 마름모로 빈틈없이 덮는다고 합시다 — 두 정삼각형이 붙은 이 마름모를 프랑스
사탕에 빗대 칼리송(calisson)이라 부르고, 이 문제를 "칼리송 문제"라 합니다. 칼리송은 세 가지
방향으로 놓일 수 있는데 — 신기하게도, 어떻게 덮든 세 방향의 개수가 정확히 같습니다. 평면에서 이걸
증명하려면 머리가 아프죠. 그런데 한 차원 올리면 한 줄로 끝납니다.
차원 올리기
그 그림을 방 한구석에 쌓아 올린 정육면체 더미로 보세요(이른바 "쌓기나무" 착시). 그러면 세 방향의
마름모는 각각 정육면체의 윗면·왼쪽면·오른쪽면이 됩니다. 큰 정육면체 상자를 세 면(앞·옆·위)에서 본
그림자이므로, 각 방향은 정확히 한 면의 칸 수만큼 — 변의 길이가 \(n\)이면 \(n^2\)개씩 나옵니다.
더미를 아무리 쌓고 허물어도 이 균형은 깨지지 않죠. (이 3차원 풀이는 1989년 다비드와 토메이가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의 "말 없는 증명(Proofs Without Words)"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쌓기나무 — 어떻게 쌓아도 세 색이 \(n^2\)개씩
정육면체 더미(\(n=4\))를 위에서 비스듬히 본 그림 — 바로 마름모 타일링입니다. 윗면(초록)·
왼면(파랑)·오른면(주황) 세 방향의 개수가, 어떤 더미든 늘 \(4^2=16\)개로 같죠.
정육각형이 아니어도 — 그리고 그 개수는?
내각이 모두 \(120^\circ\)이기만 하면 정육각형이 아니어도 됩니다. 다만 이런 육각형이 마름모로 빈틈없이
덮이려면 — 마주 보는 변의 길이가 같아야 합니다(세 쌍을 \(a,b,c\)라 하죠). 한 방향의 마름모들이 마주
보는 두 변을 잇는 "띠"를 이루는데, 그 띠의 수가 양쪽 변 길이와 맞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변이
\(a,b,c,a,b,c\)인 육각형의 마름모 타일링은 \(a\times b\times c\) 상자 속 쌓기나무 더미(평면분할)와
일대일 대응하고, 그 가짓수는 맥마흔(MacMahon)의 곱 공식으로 딱 떨어집니다:
$$ \prod_{i=1}^{a}\prod_{j=1}^{b}\prod_{k=1}^{c}\frac{i+j+k-1}{i+j+k-2}. $$
(위에서 본 "세 방향 \(n^2\)개씩"은 \(a=b=c=n\)인 경우. 예: \(H(1,1,1)\)은 \(2\)가지, \(H(2,2,2)\)는
\(20\)가지, \(H(3,3,3)\)은 \(980\)가지.) 이런 마름모 타일링은 경시에도 단골입니다 — 미국 IMO 대표
선발고사(TST) 2013 둘째 날 3번, 그리고 구멍 뚫린 삼각형을 다루는 IMO 쇼트리스트 2006 C6 등.
2몽주의 정리 — 세 원을 세 구로
몽주의 정리 (Monge)
크기가 서로 다른 세 원이 평면에 있다. 각 두 원에 바깥쪽 공통접선 두 개를 그으면 한 점(외부 닮음
중심)에서 만나는데 — 이렇게 얻은 세 점은 항상 한 직선 위에 놓인다.
평면에서 이 공선(共線)성을 증명하려면 좌표 계산이 제법 번거롭습니다. 그런데 원을 구로 부풀리면
순식간이죠. 세 원을 같은 중심·같은 반지름의 구 세 개의 적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구는 위·아래에서
두 평면으로 딱 맞게 감쌀 수 있어요(두 구씩 공통으로 외접하는 평면). 두 구에 외접하는 원뿔의
꼭짓점이 바로 그 두 원의 외부 닮음 중심인데, 이 꼭짓점은 두 평면 모두에 닿아 있으니 — 두 평면의
교선 위에 있습니다. 세 꼭짓점이 모두 그 한 교선 위에 있으니, 그림자(평면)로 내려도 한 직선.
끝.
세 원을 끌어 보세요 — 세 닮음 중심은 늘 한 직선 위
세 원의 중심(점)을 드래그. 각 쌍의 외부 닮음 중심(주황 점)과 그들을 지나는
몽주 직선(초록)을 그립니다. 어떻게 움직여도 세 점은 한 직선을 벗어나지 않죠 — 공간의 두 평면이
만나는 교선의 그림자이기 때문입니다.
3타르스키의 널빤지 문제 — 원을 구의 띠로
타르스키의 널빤지 문제 (Tarski's plank problem)
폭이 제각각인 널빤지(두 평행선 사이의 띠)들로 볼록 도형을 빈틈없이 덮으려면, 널빤지 폭의 합이
적어도 그 도형의 너비만큼은 되어야 한다. 원판이라면 — 폭의 합 \(\ge\) 지름.
"당연한 것 아냐?" 싶지만,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널빤지까지 생각하면 평면 논증은 까다롭습니다. 여기서도 답은
한 차원 위에 있어요. 원판을 반지름 \(R\)인 구의 적도로 보고, 원판 위 각 널빤지를 위아래로
들어 올려 구에 드리우면 — 널빤지는 구 위의 띠(zone)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르키메데스의
모자상자 정리가 마법을 부립니다.
아르키메데스의 모자상자 정리
구를 평행한 두 평면으로 자르면, 그 사이 띠의 겉넓이는 두 평면 사이 거리에만 달려 있습니다 —
위치와 무관하게 \(2\pi R h\). 극(極) 근처의 띠는 비스듬해서 넓어 보이지만, 구가 그만큼 빨리 휘어 들어가
정확히 상쇄되죠. 그래서 폭 \(w\)인 널빤지는 넓이 \(2\pi R\,w\)인 띠가 됩니다.
이제 끝이 보입니다. 널빤지들이 원판을 덮으면, 들어 올린 띠들은 구 전체(겉넓이 \(4\pi R^2\))를 덮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리고 \(2R\)은 바로 원판의 지름. 평면의 덮기 문제가, 구 위 넓이의 덧셈으로 단숨에 풀렸습니다.
모자상자 — 띠를 위아래로 옮겨도 넓이는 그대로
띠 위치
구(원)를 평행한 두 평면으로 자른 띠. 위치를 바꿔도 겉넓이 \(2\pi R h\)는 일정합니다.
옆에 두른 원기둥에 수평으로 투영하면 넓이가 같다는 게 한눈에 보이죠(아르키메데스).
4당들랭 구 — 원뿔 단면의 초점을 구로 찾다
원뿔을 비스듬히 자르면 단면은 타원입니다. 그런데 그 타원의 두 초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또
"두 초점까지 거리의 합이 일정하다"는 타원의 정의는 왜 성립할까요? 평면의 타원만 노려봐선 답이 안 보이는데,
원뿔이라는 3차원으로 눈을 돌리면 단숨에 드러납니다.
차원 올리기
원뿔 안에, 자른 평면의 위와 아래로 각각 꼭 맞게 끼워지는 구(원뿔 옆면과 자른 평면에 동시에
접하는 구)를 하나씩 넣습니다 — 이것이 당들랭 구입니다. 두 구가 자른 평면에 닿는 두 점이 바로
타원의 두 초점이죠. 타원 위 한 점 \(P\)에서, \(P\)를 지나는 원뿔의 모선(母線)을 따라 두 구의 접촉
원까지를 재면 — 한 점에서 구에 그은 두 접선 길이가 같다는 성질로 \(PF_1+PF_2\)가 두 접촉원 사이 모선
길이(상수)와 같아집니다. "거리 합 일정"이 공짜로 증명되는 셈입니다.
원뿔 단면(축단면) — 두 구가 닿는 곳이 초점
자르는 기울기
원뿔을 축을 지나는 평면으로 본 단면. 양옆 회색선이 원뿔, 주황 선분이 자른 평면(타원을 옆에서
본 모습). 위·아래 당들랭 원 두 개가 원뿔과 자른 평면에 동시에 접하고, 닿는 두 점이
초점 \(F_1,F_2\)입니다. 기울기를 바꾸면 초점이 함께 움직이죠.
5데자르그 정리 — 평면 정리가 사실은 공간 정리
데자르그 정리 (Desargues)
두 삼각형 \(ABC\)와 \(A'B'C'\)이 한 점 \(O\)에서 원근(perspective) 관계라면 — 즉 \(AA',BB',CC'\)가
\(O\)에서 만나면 — 대응하는 세 변쌍의 교점 \(AB\cap A'B'\), \(BC\cap B'C'\), \(CA\cap C'A'\)인
세 점이 한 직선 위에 놓인다.
평면 안에서 이 공선성을 증명하려면 제법 번거롭습니다. 그런데 두 삼각형을 공간의 서로 다른 두 평면
위로 띄우면 — 그 두 평면은 한 직선에서 만나고, 대응 변쌍의 교점은 각각 두 평면 모두에
속하니 그 교선 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 점이 한 직선 위! 다시 평면으로 그림자를 내려도 그대로죠.
사실 데자르그 정리는 본질적으로 3차원 정리이고, 평면 버전은 그 그림자입니다. (평면에서의 데자르그
정리와 사영기하 자체는 기하는 하나가 아니야 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두 삼각형을 끌어 보세요 — 세 교점은 늘 한 직선 위
원근 정도
중심 \(O\)에서 원근 관계인 두 삼각형(파랑·주황). 대응 변쌍의 세 교점(빨강)과 그들을 지나는
데자르그 직선(초록). \(O\)와 삼각형 \(ABC\) 꼭짓점을 드래그하고 슬라이더로 원근을 바꿔도, 세 점은
한 직선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6들어올리기 — 원을 평면으로 바꾸는 포물면
계산기하에서 가장 사랑받는 "차원 올리기"입니다. 평면의 점 \((x,y)\)를 포물면 \(z=x^2+y^2\) 위의 점
\((x,\,y,\,x^2{+}y^2)\)로 들어 올리죠. 이 한 번의 올리기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평면의 원이 들어 올리면 평면(平面)으로 펴집니다 (\(x^2+y^2+Dx+Ey+F=0\) 위의 점은
\(z+Dx+Ey+F=0\)을 만족).
"점이 원 안에 있나?"가 "들어 올린 점이 그 평면 아래에 있나?"로 바뀝니다.
그래서 들로네 삼각분할은 들어 올린 점들의 아래쪽 볼록껍질,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그
쌍대 — 2차원 문제가 3차원 볼록껍질 하나로 환원됩니다.
아래는 한 차원 낮춰 본 같은 마법입니다. 직선 위 점을 포물선 \(y=x^2\)으로 들어 올리면, "구간(1차원 원)"이
현(弦)이 되고 "구간 안"이 "현 아래"가 됩니다 — \((x-a)(x-b)\le0 \iff x^2\le(a{+}b)x-ab\).
포물선으로 들어 올리기 — "안"은 곧 "현 아래"
아래 축의 점(파랑/회색)과 구간 양끝(주황 ▲)을 드래그. 각 점을 포물선으로 들어 올리면, 구간
\([a,b]\) 안의 점은 정확히 두 끝점을 잇는 현 아래(초록)에 옵니다.
7맺으며
이 문제들 모두, 평면에 갇혀 있을 땐 손이 많이 갔습니다. 그런데 한 차원 올라서자 — 타일링은 정육면체
더미가, 세 원은 두 평면의 교선이, 널빤지는 구의 띠가, 원뿔 단면의 초점은 내접한 구가, 데자르그의 세 점은
두 평면의 교선이, 원은 들어 올린 평면이 되어 어려움이 사라졌죠.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얽혀 보이던
것이 그저 그림자나 단면이었음이 드러납니다. 막힐 땐, 한 번쯤 차원을 올려 관조해 볼 일입니다.
참고 자료
칼리송 문제(타일링) — G. David & C. Tomei, The Problem of the Calissons,
Amer. Math. Monthly 96 (1989), 429–431 — 정육면체를 이용한 "말 없는 증명" ·
E. W. Dijkstra, On the problem of the calissons (EWD1055) ·
대중적 소개: 3Blue1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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