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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 말 없는 증명

쉿, 말은 필요없어요

Proofs without words — just behold.

어떤 정리는 긴 논증 대신 그림 한 장이나 문장 한 줄로 끝납니다. 보는 순간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 말이 필요 없는 증명들을 모았습니다. 자가르의 한 문장 증명까지.

0보면 안다

수학책의 "증명" 하면 빽빽한 기호가 떠오르지만, 가장 아름다운 증명은 종종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적절히 그린 그림 하나가 등식을 "보여 주고", 한 줄의 관찰이 정리를 닫아 버리죠. 로저 넬슨이 엮은 Proofs Without Words 시리즈가 그런 보석들의 보고입니다. 몇 개를 직접 만져 봅시다 — 설명은 최소한으로, 그림이 말하게 두고요.


1홀수를 더하면 제곱수

\(1+3+5+\cdots+(2n-1)=n^2\). \(\llcorner\) 모양 띠(그노몬)를 하나씩 두르면 정사각형이 자랍니다.

\(1+3+5+\cdots+(2n-1)=n^2\)

색이 다른 각 \(\llcorner\) 띠가 차례로 \(1,3,5,\dots\)개의 칸. 다 합치면 한 변 \(n\)의 정사각형 — 그래서 합이 \(n^2\)입니다.

21부터 n까지의 합

\(1+2+\cdots+n=\dfrac{n(n+1)}{2}\). 계단 둘을 맞물리면 \(n\times(n+1)\) 직사각형, 그 절반.

전설처럼 전해지는 일화가 있죠. 초등학생 가우스의 선생님이 "1부터 100까지 모두 더하라"는 시간 벌이용 문제를 냈는데, 어린 가우스가 순식간에 5050을 적어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결은 양 끝을 짝지은 것 — \(1+100=101,\ 2+99=101,\ \dots\) 이렇게 \(101\)짜리 쌍이 \(50\)개라 \(101\times50=5050\). 아래 그림이 보여 주는 "계단 둘로 직사각형"과 정확히 같은 발상입니다(\(n=100\)이면 \(\tfrac{100\cdot101}{2}=5050\)).

\(2\,(1+2+\cdots+n)=n(n+1)\)

파란 계단이 \(1+2+\cdots+n\), 똑같은 주황 계단을 거꾸로 끼우면 빈틈없는 \(n\times(n+1)\) 직사각형이 됩니다.

3\(\tfrac14+\tfrac1{16}+\tfrac1{64}+\cdots=\tfrac13\)

정사각형을 넷으로 가르고 셋을 세 색으로 칠한 뒤, 남은 한 칸에서 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세 색이 공평하게 나눠 가지니, 한 색의 넓이는 정확히 \(\tfrac13\).

한 색이 차지하는 넓이 \(=\tfrac13\)

매 단계 남은 정사각형을 \(4\)등분해 세 칸을 빨강·초록·파랑으로. 빨강만 모으면 \(\tfrac14+\tfrac1{16}+\cdots=\tfrac13\). 세 색이 똑같이 \(\tfrac13\)씩이라 한눈에 보이죠.

4산술평균 ≥ 기하평균

지름이 \(a+b\)인 반원에서, 지름을 \(a\)와 \(b\)로 나눈 점에 세운 수직선의 높이가 \(\sqrt{ab}\)(기하평균), 반지름은 \(\tfrac{a+b}{2}\)(산술평균). 수직선은 반지름을 넘을 수 없으니 — \(\sqrt{ab}\le\tfrac{a+b}{2}\).

\(\sqrt{ab}\le\dfrac{a+b}{2}\)

a : b
슬라이더로 \(a,b\)를 바꿔 보세요. 초록 수직선(기하평균)이 빨강 반지름(산술평균)에 닿는 건 \(a=b\)일 때뿐 — 그 외엔 늘 더 짧습니다.

5\(\sqrt2\)는 무리수 — 테넨바움의 그림

\(\sqrt2=\dfrac{a}{b}\)가 가장 작은 정수비라 하면 \(a^2=2b^2\). 한 변 \(a\)인 정사각형 안에, 한 변 \(b\)인 정사각형 두 개를 양 모서리에 겹쳐 넣습니다.

겹친 넓이 = 빈 두 모서리 넓이 → 더 작은 해

두 \(b\)-정사각형이 겹친 가운데 정사각형(보라)의 넓이는, 덮이지 않은 두 모서리(주황)의 넓이 합과 같습니다(\(a^2=2b^2\)이라서). 즉 \((2b-a)^2=2(a-b)^2\) — 더 작은 정수해! 무한히 작아질 수 없으니 모순. \(\sqrt2\)는 분수가 아닙니다.

6\(4k+1\) 소수는 두 제곱수의 합 — 자가르의 한 문장

페르마가 주장하고 오일러가 증명한 정리: \(4\)로 나눈 나머지가 \(1\)인 소수는 두 제곱수의 합입니다 (\(5=1^2+2^2\), \(13=3^2+2^2\), \(29=5^2+2^2\)…). 1990년 돈 자가르는 이 증명을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해 수학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자가르의 한 문장 (1990)
유한집합 \(S=\{(x,y,z)\in\mathbb{N}^3 : x^2+4yz=p\}\) 위의 대합(involution) $$(x,y,z)\mapsto\begin{cases}(x+2z,\;z,\;y-x-z) & x\lt y-z\\(2y-x,\;y,\;x-y+z) & y-z\lt x\lt 2y\\(x-2y,\;x-y+z,\;y) & x\gt 2y\end{cases}$$ 는 정확히 하나의 고정점을 가지므로 \(|S|\)는 홀수이고, 따라서 더 단순한 대합 \((x,y,z)\mapsto(x,z,y)\) 역시 고정점을 가진다.

마지막 한 마디가 핵심입니다. \(|S|\)가 홀수면, "\(y\)와 \(z\)를 맞바꾸는" 대합도 짝을 못 이루는 점 \((x,y,y)\)를 반드시 남기죠. 그 점에서 \(x^2+4y^2=p\), 즉 \(x^2+(2y)^2=p\) — 두 제곱수의 합! (첫 대합이 왜 고정점 하나뿐인지는 직접 확인할 만합니다. 고정점은 \(p=4k+1\)일 때 \((1,1,k)\) 단 하나.)

그림으로 — "바람개비(windmill)"
각 \((x,y,z)\)는 가운데 \(x\times x\) 정사각형에 \(y\times z\) 직사각형 날개 넷을 풍차처럼 두른 그림이고, 넓이는 \(x^2+4yz=p\). 자가르의 복잡한 대합은 이 바람개비를 접어 다시 펴는 조작입니다. 그리고 맞바꿈 대합의 고정점 \(y=z\)는 — 날개가 정사각형인 바람개비, 곧 큰 정사각형 \(x^2+(2y)^2\)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죠. (하스–브라운, 스피박, 엘숄츠 등이 다듬은 시각화입니다.)

\(p=29\)의 바람개비들 — 날개가 정사각형이면 답

넓이는 모두 \(x^2+4yz=29\)로 같습니다. 버튼으로 \(S\)의 여러 \((x,y,z)\)를 넘겨 보세요. 날개가 정사각형(\(y=z\))인 단 하나가 \(5^2+2^2=29\)를 줍니다.

7실베스터–갈라이 정리 — 가장 가까운 점이 답

실베스터–갈라이 정리
평면 위 유한개의 점이 모두 한 직선 위에 있지는 않다면, 그 점들 중 정확히 두 개만 지나는 직선이 반드시 존재한다.

1893년 실베스터가 묻고 40여 년을 버틴 이 명제를, 켈리(L. M. Kelly)가 한 문단으로 닫았습니다. "두 점 이상을 지나는 직선"과 그 위에 없는 점의 모든 쌍 가운데, 점–직선 거리가 (양수이면서) 가장 작은 쌍 \((P,\ell)\)을 고릅니다. 이 \(\ell\)이 답입니다. 만약 \(\ell\) 위에 점이 셋 이상 있다면, \(P\)에서 \(\ell\)에 내린 수선의 발을 기준으로 한쪽에 점이 둘 이상 몰려 있죠. 그중 발에 더 가까운 점을 \(P\)와 이은 직선까지의 거리는 — 간단한 삼각형 비교로 — 처음보다 더 작습니다. "최소"를 골랐다는 데 모순. 그러니 \(\ell\)은 정확히 두 점만 지납니다. 귀납도 비둘기집도 없이, "가장 가까운 것을 집어라" 한 수로 끝.


8\(e\)는 무리수다

\(e=\sum_{n=0}^{\infty}\frac1{n!}\)가 분수 \(p/q\)라고 해 봅시다. 양변에 \(q!\)을 곱하면 \(q!\,e=(q-1)!\,p\)는 정수입니다. 한편 \(q!\,e = q!\sum_{n=0}^{q}\frac1{n!} + q!\sum_{n=q+1}^{\infty}\frac1{n!}\)에서 첫 합도 정수죠. 그런데 둘째(꼬리)는

$$ q!\sum_{n=q+1}^{\infty}\frac1{n!}=\frac1{q+1}+\frac1{(q+1)(q+2)}+\cdots\;\lt\;\frac1{q+1}+\frac1{(q+1)^2}+\cdots=\frac1q\le 1, $$

이고 분명히 양수입니다 — 즉 \(0\)과 \(1\) 사이의 수. "정수 \(=\) 정수 \(+\) 꼬리"이려면 꼬리도 정수여야 하는데, \(0\)과 \(1\) 사이엔 정수가 없습니다. 모순. 그러므로 \(e\)는 무리수입니다.


9민코프스키의 격자점 정리 — 접어서 겹치기

민코프스키 정리
원점에 대칭인 볼록 영역의 넓이가 \(4\)보다 크면, 그 영역은 원점이 아닌 격자점(정수 좌표 점)을 반드시 품는다.

증명은 "접어서 겹치기"입니다. 영역을 절반으로 줄이면 넓이가 \(1\)을 넘죠. 평면을 \(1\times1\) 칸으로 자른 뒤 모든 칸을 한 칸 위로 포개면 — 넓이가 \(1\)을 넘으니 비둘기집 원리로 두 점이 겹칩니다. 그 두 점은 원래 평면에서 정수만큼 떨어져 있었으니 그 차(差)가 \(0\)이 아닌 격자점이고, 대칭성과 볼록성(두 점과 반사점의 중점을 보면)으로 그 격자점이 원래 영역 안에 들어옵니다.

이 작은 정리가 일하는 곳
민코프스키 정리는 6장의 두 제곱수 정리도 증명합니다 — \(p=4k+1\)이면 \(a^2\equiv-1\ (\mathrm{mod}\ p)\)인 \(a\)로 격자를 짜 적당한 원판에 넣으면, 그 안의 격자점이 곧 두 제곱수 표현을 줍니다. 라그랑주의 네 제곱수 정리, 디리클레의 유리수 근사까지 — 기하 한 조각이 깊은 수론을 떠받칩니다.

10한 줄이면 충분한 증명들

무리수의 무리수 거듭제곱이 유리수일 수 있다
\(\sqrt2^{\sqrt2}\)가 유리수면 그 자체가 예시. 무리수라면 \(\big(\sqrt2^{\sqrt2}\big)^{\sqrt2}=\sqrt2^{\,2}=2\)가 예시. 어느 쪽이든 존재한다 — 어느 경우인지 몰라도 증명 끝.
조화급수는 발산한다 (오렘, 14세기)
\(\tfrac13+\tfrac14>\tfrac12,\ \ \tfrac15+\tfrac16+\tfrac17+\tfrac18>\tfrac12,\ \dots\) — 매 묶음이 \(\tfrac12\)보다 크다. 묶음이 끝없으니 \(1+\tfrac12+\tfrac13+\cdots\)은 한없이 커진다.
소수는 무한히 많다 (유클리드)
소수가 \(p_1,\dots,p_k\)뿐이라면 \(p_1p_2\cdots p_k+1\)은 그중 어느 것으로도 나눠지지 않으니 — 새 소인수가 있어야 한다. 모순.
악수 정리
그래프에서 모든 꼭짓점 차수의 합은 변 하나가 \(2\)씩 보태므로 짝수. 따라서 차수가 홀수인 꼭짓점은 짝수 개 — 파티에서 악수를 홀수 번 한 사람은 늘 짝수 명입니다.

11맺으며

좋은 증명은 설득하지 않고 보여 줍니다. 그노몬이 제곱수를 자라게 하고, 반원이 평균 부등식을 품고, 바람개비 하나가 \(357\)년 묵은 수론을 한 문장에 담죠. 말이 줄어든 자리를 채우는 건 — "아!" 하는 그 순간입니다. 쉿, 말은 필요 없어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