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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픽업 · 상수 열전

이것은 이 수가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Some numbers had to earn their name.

\(\pi\)나 \(e\)는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수학에는, 어느 날 누군가가 어떤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다 "어? 늘 같은 값이 나오네" 하고 마주친 — 그래서 비로소 이름을 얻은 수들이 있습니다. 연분수를 끝없이 펼치면 나타나는 수, 수를 소리 내어 읽기만 했더니 자라나는 속도, 혼돈으로 빠지는 길목마다 똑같이 등장하는 수. 각 장의 제목은 그 수 자체입니다. 그 숫자가 어쩌다 특별해졌는지를 따라가 봅시다.

11.3035772690…콘웨이 상수 (Conway’s constant)

다음 수열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1 → "1개의 1"이니까 11 → "2개의 1"이니까 21 → "1개의 2, 1개의 1"이니까 1211 → … 이렇게 앞 항을 그대로 읽은 말이 다음 항이 되는 수열을 읽고-말하기 수열(look-and-say)이라 합니다.

$$ 1,\ 11,\ 21,\ 1211,\ 111221,\ 312211,\ 13112221,\ 1113213211,\ \dots $$

장난 같죠. 그런데 존 콘웨이가 물었습니다 — 이 수열의 길이는 얼마나 빨리 자랄까? 답이 놀랍습니다. 항의 자릿수는 단계마다 거의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는데, 그 비율이

$$ \lambda = 1.30357726903\ldots $$

로 수렴합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lambda\)의 정체예요. 콘웨이는 모든 항이 결국 92가지 "원소"(그는 화학 원소 이름을 붙였습니다)의 조합으로 분해된다는 걸 보였고(우주론적 정리), \(\lambda\)는 그 92×92 전이행렬의 최대 고유값 — 71차 다항식의 유일한 실근입니다. 그냥 수를 읽었을 뿐인데 71차 방정식이 튀어나온 거죠. 직접 읽어 보세요.

읽고-말하기 — 길이는 얼마나 빨리 자라나

앞 항을 "읽은" 결과가 다음 항입니다. 길이비 \(a_{n}/a_{n-1}\)는 처음엔 들쭉날쭉하지만, 단계를 거듭하면 \(\lambda=1.30357\ldots\) 근처에 내려앉습니다. (단, 22로 시작하면 영원히 22 — 유일한 예외예요.)

21.3247179572…플라스틱 수 (plastic number)

황금비 \(\varphi\)는 \(x^2=x+1\)의 해, 곧 "직전 두 항을 더하는" 피보나치의 성장률이죠. 그런데 차수를 하나 올려 \(x^3=x+1\)의 (유일한 실)근을 구하면 — 황금비의 수줍은 사촌, 플라스틱 수가 나옵니다.

$$ \rho^3=\rho+1,\qquad \rho = 1.32471795724\ldots $$

이 수는 "직전 두 항이 아니라 한 칸 더 건너뛴 두 항을 더하는" 점화식 \(P_n=P_{n-2}+P_{n-3}\)의 성장률입니다. 이 수열이 파도반 수열이에요:

$$ 1,\ 1,\ 1,\ 2,\ 2,\ 3,\ 4,\ 5,\ 7,\ 9,\ 12,\ 16,\ 21,\ 28,\ 37,\ 49,\ \dots $$

이웃한 두 항의 비가 \(\rho\)로 수렴하죠. 플라스틱 수는 이른바 가장 작은 피소 수(Pisot number)로, 정수 계수 방정식의 근 중 "거의 정수처럼" 행동하는 가장 얌전한 무리수입니다. 네덜란드 건축가 판 데르 란은 이 비율을 건축 치수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아래에서 파도반 수열의 비가 \(\rho\)로 가는 걸 보세요.

파도반 수열의 비 → 플라스틱 수

항 번호 n = 12
\(P_n=P_{n-2}+P_{n-3}\). 비 \(P_{n+1}/P_n\)이 \(\rho=1.324717\ldots\)로 수렴합니다 — 황금비가 \(P_n=P_{n-1}+P_{n-2}\)에서 나오는 것과 꼭 닮은꼴이죠.

32.6854520010…힌친 상수 (Khinchin’s constant)

이제 진짜 기묘한 수입니다. 아무 실수나 하나 골라 연분수로 펼쳐 보죠:

$$ x = a_0 + \cfrac{1}{a_1 + \cfrac{1}{a_2 + \cfrac{1}{a_3 + \ddots}}} \;=\; [a_0;\,a_1,a_2,a_3,\dots]. $$

여기 나오는 정수 \(a_1,a_2,a_3,\dots\)(부분몫)의 기하평균 \(\sqrt[n]{a_1 a_2\cdots a_n}\)을 구해 \(n\)을 키우면 — 알렉산드르 힌친(1934)이 증명한 충격적인 사실: 거의 모든 실수에서 이 값이 똑같은 하나의 상수로 수렴합니다.

$$ \sqrt[n]{a_1 a_2 \cdots a_n} \;\longrightarrow\; K_0 = 2.68545200106\ldots $$

당신이 어떤 수를 골랐는지와 무관하게요. \(x\)의 정체와 전혀 상관없이 그 부분몫들의 기하평균이 한 값으로 정해진다니 —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 수는 어디서 나오는가 (크누스 TAOCP §4.5.3)

열쇠는 가우스 사상입니다. 연분수를 한 칸 벗기는 일은 \(x\)의 소수부에 \(T(x)=\{1/x\}\)를 거듭 적용하는 것과 같고, \(a_k=\lfloor 1/x_{k-1}\rfloor\)로 부분몫이 떨어집니다. 가우스는 이 사상이 보존하는 분포(불변측도)가

$$ d\mu = \frac{1}{\ln 2}\,\frac{dx}{1+x}\quad(0\le x \lt 1) $$

임을 알아냈습니다. 그러면 "거의 모든" \(x\)에서 부분몫이 특정 값 \(m\)일 확률이 \(k\)에 거의 무관하게 가우스–쿠즈민 분포로 정해져요:

$$ \Pr[\,a_k = m\,] \;=\; \log_2\!\Bigl(1+\frac{1}{m(m+2)}\Bigr). $$

여기에 에르고딕 정리를 쓰면, 기하평균의 로그(=로그의 평균)가 이 분포에 대한 기댓값으로 수렴합니다. 정리하면 힌친 상수는 깔끔한 무한곱이 됩니다:

$$ K_0 = \prod_{m=1}^{\infty}\Bigl(1+\frac{1}{m(m+2)}\Bigr)^{\log_2 m} = 2.6854520\ldots $$
왜 하필 "기하"평균일까
부분몫이 큰 값 \(m\)일 확률은 꼬리에서 \(\Pr[a_k=m]\approx \dfrac{1}{m^2\ln 2}\)로 줄어듭니다. 그러면 산술평균 \(\sum_m m\cdot\Pr[a_k=m]\)은 \(\sum 1/m\)처럼 발산해 버려요 — 가끔 튀어나오는 거대한 부분몫(예: \(\pi=[3;7,15,1,292,\dots]\)의 그 292!)이 산술평균을 무한대로 끌고 가죠. 반면 로그를 씌우면 \(\sum (\ln m)/m^2\)은 얌전히 수렴합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크기"를 재는 옳은 잣대는 기하평균이고, 바로 그 값이 모두에게 공통인 \(K_0\)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측도 0의 집합). 황금비 \(\varphi=[1;1,1,1,\dots]\)는 부분몫이 전부 1이라 기하평균이 1, 화음 편에서 본 \(\sqrt2=[1;2,2,2,\dots]\)는 전부 2라 기하평균이 2죠. 하지만 "아무렇게나" 고른 실수는 거의 확실히 \(2.6854\ldots\)로 갑니다. 아래에서 전형적인 수의 부분몫(가우스–쿠즈민 분포)을 모아 기하평균을 쌓아 보세요 — 느리지만 \(K_0\)로 기어갑니다.

부분몫의 기하평균 → 힌친 상수

가로축 = 모은 부분몫 개수 \(n\)(로그 눈금), 세로축 = 기하평균. "전형적인 실수"는 가우스–쿠즈민 분포로 부분몫을 뽑아 — \(K_0=2.6854\)(주황 점선)로 느릿느릿 수렴합니다. φ·√2는 예외라 각각 1·2에 평평하게 머뭅니다.

44.6692016091…파이겐바움 상수 (Feigenbaum constant δ)

아주 단순한 인구 모형을 봅시다. 올해 비율이 \(x\)면 내년엔 \(x\mapsto r\,x(1-x)\)(로지스틱 사상). 번식률 \(r\)를 천천히 키우면 — 처음엔 한 값으로 안정되다가, 어느 순간 두 값을 오가고, 다시 네 값, 여덟 값… 이렇게 주기가 계속 2배로 갈라지다(주기배가) 마침내 혼돈으로 빠집니다.

미첼 파이겐바움이 1975년 계산기를 두드리다 발견한 것 — 갈라짐이 일어나는 \(r\)값들의 간격이 줄어드는 비율이 일정한 상수로 수렴합니다:

$$ \delta = \lim_{n\to\infty}\frac{r_n-r_{n-1}}{r_{n+1}-r_n} = 4.66920160910\ldots $$

진짜 마법은 이게 로지스틱 사상만의 수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봉우리가 하나인 매끄러운 사상이면 — 진자든, 화학 반응이든, 리듬 편의 원 사상이든 — 전부 똑같은 \(\delta\)로 갈라집니다. 혼돈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여도, 그 길의 보폭은 만물에 공통이라는 거죠. 아래 분기 그림에서 주기가 2, 4, 8…로 갈라지다 검게 흩뿌려지는(혼돈) 모습을 확대해 보세요.

로지스틱 사상의 분기 그림

확대 = 0%
가로축 = 번식률 \(r\), 세로축 = 오래 둔 뒤 \(x\)가 오가는 값들. 한 줄기가 둘로, 둘이 넷으로 갈라지는 주기배가가 보이죠. 갈라짐 간격이 매번 약 \(4.669\)배씩 좁아집니다. 확대하면 누적점 \(r_\infty\approx 3.5699\) 근처의 자기닮음이 드러나요.

51.3063778838…밀스 상수 (Mills’ constant)

소수를 찍어내는 마법의 공식이 있다면? 1947년 윌리엄 밀스가 증명했습니다 — 어떤 상수 \(A\)가 존재해서

$$ \left\lfloor A^{\,3^{\,n}} \right\rfloor \quad\text{이 모든 } n\text{에 대해 소수} $$

가 됩니다. 그 가장 작은 \(A\)가 밀스 상수 \(1.30637788386\ldots\)예요. 실제로 넣어 보면:

$$ \lfloor A^3\rfloor=2,\quad \lfloor A^9\rfloor=11,\quad \lfloor A^{27}\rfloor=1361,\quad \lfloor A^{81}\rfloor=2521008887,\ \dots $$

전부 소수죠. 신기하다("오?")… 그런데 잠깐. 이 \(A\)를 어떻게 구할까요? 저 소수들을 거꾸로 알아야 \(A\)의 자릿수를 한 자리씩 채울 수 있습니다. 즉 공식이 소수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이미 찾아 둔 소수들을 한 수에 욱여넣어 인코딩한 것에 가까워요. 게다가 \(A\)가 무리수인지조차 모르고, 그 값이 이대로라는 것마저 "이웃한 세제곱수 사이엔 늘 소수가 있다"는 (리만 가설급의) 미해결 추측에 기대고 있습니다.

"음~ 오? 아… 예…"
소수를 토해 내는 마법 공식처럼 보이지만, 정작 새 소수를 알려 주진 못하는 — 음~ 오? 아… 예… 편의 그 김 빠지는 마술의 정수론 버전입니다. 신기함의 정체는 "공식"이 아니라 "이미 아는 답을 숨겨 둔 포장"이었던 거죠.

62.9200509773…프리드먼 상수 (소수를 차례로 뱉는 상수)

밀스 상수는 결국 "이미 아는 소수를 숨겨 둔 포장"이라 김이 샜죠. 그런데 2019년 프리드먼 등은 — 정말로 모든 소수를 차례대로, 그것도 무조건적으로(미해결 추측에 기대지 않고) 토해 내는 상수를 내놓았습니다.

상수 \(f=2.920050977316\ldots\)에서 출발해, 수열을 이렇게 굴립니다:

$$ a_1=f,\qquad a_{n+1}=\lfloor a_n\rfloor\bigl(a_n-\lfloor a_n\rfloor+1\bigr). $$

그러면 정수부 \(\lfloor a_n\rfloor\)이 정확히 \(n\)번째 소수가 됩니다 — \(2,3,5,7,11,\dots\) 끝없이. 밀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둘. (1) 일부가 아니라 모든 소수를 순서대로 빠짐없이 주고, (2) 리만 가설 같은 가정 없이 무조건 성립합니다. 물론 이 상수도 소수들로부터 정의되니 "새 소수를 만든다"기보다 "모든 소수를 한 실수에 접어 넣었다"에 가깝지만 — 접는 방식이 놀랍도록 단순하죠.

상수에서 소수를 차례로 뽑기

\(a_{n+1}=\lfloor a_n\rfloor(a_n-\lfloor a_n\rfloor+1)\). 각 항의 정수부 \(\lfloor a_n\rfloor\)이 곧 \(n\)번째 소수입니다. 유한한 자릿수로 \(f\)를 잘라 쓰면 오차가 매 항 \(\lfloor a_n\rfloor\)배로 커져 몇 단계 만에 어긋나지만 — 참값 \(f\)로는 영원히 정확하죠.

71.9021605831…브룬 상수 (Brun’s constant)

소수의 역수를 모두 더하면 \(\tfrac12+\tfrac13+\tfrac15+\tfrac17+\cdots\)는 (느리지만)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그런데 쌍둥이 소수(차이가 2인 소수쌍: 3·5, 5·7, 11·13, …)의 역수만 모으면? 비고 브룬이 1919년에 증명했죠 — 이건 수렴합니다.

$$ B_2=\Bigl(\tfrac13+\tfrac15\Bigr)+\Bigl(\tfrac15+\tfrac17\Bigr)+\Bigl(\tfrac1{11}+\tfrac1{13}\Bigr)+\cdots = 1.9021605831\ldots $$

이 한 줄에 깊은 함정이 있습니다. 수렴한다는 건 쌍둥이 소수가 (있더라도) 충분히 드물다는 뜻이라, 이 합만으로는 쌍둥이 소수가 무한히 많은지 유한한지 알 수 없어요 — 쌍둥이 소수 추측이 아직도 미해결인 이유죠. 게다가 수렴이 어찌나 느린지, 아래에서 보듯 100만까지 더해도 한참 모자랍니다.

쌍둥이 소수 역수의 부분합 — 기어가는 수렴

상한을 키워도 부분합이 \(1.902\)에 좀처럼 닿지 못합니다. 그래서 토머스 나이슬리는 1994년 이 값을 \(10^{14}\)까지 밀어붙여 계산했는데 — 그러다 인텔 펜티엄 CPU의 나눗셈 버그(FDIV)를 발견하고 맙니다. 순수 정수론 계산이 하드웨어 결함을 들춰낸, 인텔이 4억 7천만 달러를 물어낸 사건이죠.

8맺으며 — 0.???????…

마지막 수는 — 제목에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레고리 체이틴의 정지 확률 \(\Omega\)는, 무작위로 만든 프로그램이 (영원히 돌지 않고) 언젠가 멈출 확률입니다. 분명히 0과 1 사이의 한 실수로 잘 정의돼 있는데 — 그 어떤 알고리즘도 이 수의 자릿수를 출력할 수 없어요(계산 불가능·알고리즘적 무작위).

이유가 아찔합니다. \(\Omega\)의 앞 \(n\)비트만 알면, 길이 \(n\) 이하의 모든 프로그램이 멈추는지를 판정할 수 있습니다 — 곧 정지 문제가 풀리죠. 그런데 골드바흐 추측도, 리만 가설도 "반례를 찾으면 멈추는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으니, \(\Omega\)의 자릿수는 사실상 거의 모든 수학 난제의 답을 품고 있는 셈입니다(게임, 컴퓨터가 되다 편의 정지 문제 참고). 그래서 그 답들은 영원히 우리 손 밖이고요.

힌친 상수는 "아무 수나 골라도 같더라"에서, 콘웨이 상수는 "그냥 읽었을 뿐인데"에서, 파이겐바움 상수는 "혼돈으로 가는 길은 다 똑같더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누군가 어떤 과정을 끝까지, 끈질기게 따라갔기에 비로소 이름을 얻은 수들이죠. 어쩌면 모든 특별한 수는, 그렇게 누군가가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 본 자리에 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Omega\)는 — 끝까지 가 봐도 닿을 수 없는 자리가 있다는, 그 마지막 이야기고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