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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픽업 · 상수 열전

이것은 이 수가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Some numbers had to earn their name.

\(\pi\)나 \(e\)는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수학에는, 어느 날 누군가가 어떤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다 "어? 늘 같은 값이 나오네" 하고 마주친 — 그래서 비로소 이름을 얻은 수들이 있습니다. 연분수를 끝없이 펼치면 나타나는 수, 수를 소리 내어 읽기만 했더니 자라나는 속도, 혼돈으로 빠지는 길목마다 똑같이 등장하는 수. 각 장의 제목은 그 수 자체입니다. 그 숫자가 어쩌다 특별해졌는지를 따라가 봅시다.

11.3035772690…콘웨이 상수 (Conway’s constant)

다음 수열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1 → "1개의 1"이니까 11 → "2개의 1"이니까 21 → "1개의 2, 1개의 1"이니까 1211 → … 이렇게 앞 항을 그대로 읽은 말이 다음 항이 되는 수열을 읽고-말하기 수열(look-and-say)이라 합니다.

$$ 1,\ 11,\ 21,\ 1211,\ 111221,\ 312211,\ 13112221,\ 1113213211,\ \dots $$

장난 같죠. 그런데 존 콘웨이가 물었습니다 — 이 수열의 길이는 얼마나 빨리 자랄까? 답이 놀랍습니다. 항의 자릿수는 단계마다 거의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는데, 그 비율이

$$ \lambda = 1.30357726903\ldots $$

로 수렴합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lambda\)의 정체예요. 콘웨이는 모든 항이 결국 92가지 "원소"(그는 화학 원소 이름을 붙였습니다)의 조합으로 분해된다는 걸 보였고(우주론적 정리), \(\lambda\)는 그 92×92 전이행렬의 최대 고유값 — 71차 다항식의 유일한 실근입니다. 그냥 수를 읽었을 뿐인데 71차 방정식이 튀어나온 거죠. 직접 읽어 보세요.

읽고-말하기 — 길이는 얼마나 빨리 자라나

앞 항을 "읽은" 결과가 다음 항입니다. 길이비 \(a_{n}/a_{n-1}\)는 처음엔 들쭉날쭉하지만, 단계를 거듭하면 \(\lambda=1.30357\ldots\) 근처에 내려앉습니다. (단, 22로 시작하면 영원히 22 — 유일한 예외예요.)

21.3247179572…플라스틱 수 (plastic number)

황금비 \(\varphi\)는 \(x^2=x+1\)의 해, 곧 "직전 두 항을 더하는" 피보나치의 성장률이죠. 그런데 차수를 하나 올려 \(x^3=x+1\)의 (유일한 실)근을 구하면 — 황금비의 수줍은 사촌, 플라스틱 수가 나옵니다.

$$ \rho^3=\rho+1,\qquad \rho = 1.32471795724\ldots $$

이 수는 "직전 두 항이 아니라 한 칸 더 건너뛴 두 항을 더하는" 점화식 \(P_n=P_{n-2}+P_{n-3}\)의 성장률입니다. 이 수열이 파도반 수열이에요:

$$ 1,\ 1,\ 1,\ 2,\ 2,\ 3,\ 4,\ 5,\ 7,\ 9,\ 12,\ 16,\ 21,\ 28,\ 37,\ 49,\ \dots $$

이웃한 두 항의 비가 \(\rho\)로 수렴하죠. 플라스틱 수는 이른바 가장 작은 피소 수(Pisot number)로, 정수 계수 방정식의 근 중 "거의 정수처럼" 행동하는 가장 얌전한 무리수입니다. 네덜란드 건축가 판 데르 란은 이 비율을 건축 치수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아래에서 파도반 수열의 비가 \(\rho\)로 가는 걸 보세요.

파도반 수열의 비 → 플라스틱 수

항 번호 n = 12
\(P_n=P_{n-2}+P_{n-3}\). 비 \(P_{n+1}/P_n\)이 \(\rho=1.324717\ldots\)로 수렴합니다 — 황금비가 \(P_n=P_{n-1}+P_{n-2}\)에서 나오는 것과 꼭 닮은꼴이죠.

32.6854520010…힌친 상수 (Khinchin’s constant)

이제 진짜 기묘한 수입니다. 아무 실수나 하나 골라 연분수로 펼쳐 보죠:

$$ x = a_0 + \cfrac{1}{a_1 + \cfrac{1}{a_2 + \cfrac{1}{a_3 + \ddots}}} \;=\; [a_0;\,a_1,a_2,a_3,\dots]. $$

여기 나오는 정수 \(a_1,a_2,a_3,\dots\)(부분몫)의 기하평균 \(\sqrt[n]{a_1 a_2\cdots a_n}\)을 구해 \(n\)을 키우면 — 알렉산드르 힌친(1934)이 증명한 충격적인 사실: 거의 모든 실수에서 이 값이 똑같은 하나의 상수로 수렴합니다.

$$ \sqrt[n]{a_1 a_2 \cdots a_n} \;\longrightarrow\; K_0 = 2.68545200106\ldots $$

당신이 어떤 수를 골랐는지와 무관하게요. \(x\)의 정체와 전혀 상관없이 그 부분몫들의 기하평균이 한 값으로 정해진다니 —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 수는 어디서 나오는가 (크누스 TAOCP §4.5.3)

열쇠는 가우스 사상입니다. 연분수를 한 칸 벗기는 일은 \(x\)의 소수부에 \(T(x)=\{1/x\}\)를 거듭 적용하는 것과 같고, \(a_k=\lfloor 1/x_{k-1}\rfloor\)로 부분몫이 떨어집니다. 가우스는 이 사상이 보존하는 분포(불변측도)가

$$ d\mu = \frac{1}{\ln 2}\,\frac{dx}{1+x}\quad(0\le x \lt 1) $$

임을 알아냈습니다. 그러면 "거의 모든" \(x\)에서 부분몫이 특정 값 \(m\)일 확률이 \(k\)에 거의 무관하게 가우스–쿠즈민 분포로 정해져요:

$$ \Pr[\,a_k = m\,] \;=\; \log_2\!\Bigl(1+\frac{1}{m(m+2)}\Bigr). $$

여기에 에르고딕 정리를 쓰면, 기하평균의 로그(=로그의 평균)가 이 분포에 대한 기댓값으로 수렴합니다. 정리하면 힌친 상수는 깔끔한 무한곱이 됩니다:

$$ K_0 = \prod_{m=1}^{\infty}\Bigl(1+\frac{1}{m(m+2)}\Bigr)^{\log_2 m} = 2.6854520\ldots $$
왜 하필 "기하"평균일까
부분몫이 큰 값 \(m\)일 확률은 꼬리에서 \(\Pr[a_k=m]\approx \dfrac{1}{m^2\ln 2}\)로 줄어듭니다. 그러면 산술평균 \(\sum_m m\cdot\Pr[a_k=m]\)은 \(\sum 1/m\)처럼 발산해 버려요 — 가끔 튀어나오는 거대한 부분몫(예: \(\pi=[3;7,15,1,292,\dots]\)의 그 292!)이 산술평균을 무한대로 끌고 가죠. 반면 로그를 씌우면 \(\sum (\ln m)/m^2\)은 얌전히 수렴합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크기"를 재는 옳은 잣대는 기하평균이고, 바로 그 값이 모두에게 공통인 \(K_0\)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측도 0의 집합). 황금비 \(\varphi=[1;1,1,1,\dots]\)는 부분몫이 전부 1이라 기하평균이 1, 화음 편에서 본 \(\sqrt2=[1;2,2,2,\dots]\)는 전부 2라 기하평균이 2죠. 하지만 "아무렇게나" 고른 실수는 거의 확실히 \(2.6854\ldots\)로 갑니다. 아래에서 전형적인 수의 부분몫(가우스–쿠즈민 분포)을 모아 기하평균을 쌓아 보세요 — 느리지만 \(K_0\)로 기어갑니다.

부분몫의 기하평균 → 힌친 상수

가로축 = 모은 부분몫 개수 \(n\)(로그 눈금), 세로축 = 기하평균. "전형적인 실수"는 가우스–쿠즈민 분포로 부분몫을 뽑아 — \(K_0=2.6854\)(주황 점선)로 느릿느릿 수렴합니다. φ·√2는 예외라 각각 1·2에 평평하게 머뭅니다.

44.6692016091…파이겐바움 상수 (Feigenbaum constant δ)

아주 단순한 인구 모형을 봅시다. 올해 비율이 \(x\)면 내년엔 \(x\mapsto r\,x(1-x)\)(로지스틱 사상). 번식률 \(r\)를 천천히 키우면 — 처음엔 한 값으로 안정되다가, 어느 순간 두 값을 오가고, 다시 네 값, 여덟 값… 이렇게 주기가 계속 2배로 갈라지다(주기배가) 마침내 혼돈으로 빠집니다.

미첼 파이겐바움이 1975년 계산기를 두드리다 발견한 것 — 갈라짐이 일어나는 \(r\)값들의 간격이 줄어드는 비율이 일정한 상수로 수렴합니다:

$$ \delta = \lim_{n\to\infty}\frac{r_n-r_{n-1}}{r_{n+1}-r_n} = 4.66920160910\ldots $$

진짜 마법은 이게 로지스틱 사상만의 수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봉우리가 하나인 매끄러운 사상이면 — 진자든, 화학 반응이든, 리듬 편의 원 사상이든 — 전부 똑같은 \(\delta\)로 갈라집니다. 혼돈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여도, 그 길의 보폭은 만물에 공통이라는 거죠. 아래 분기 그림에서 주기가 2, 4, 8…로 갈라지다 검게 흩뿌려지는(혼돈) 모습을 확대해 보세요.

로지스틱 사상의 분기 그림

확대 = 0%
가로축 = 번식률 \(r\), 세로축 = 오래 둔 뒤 \(x\)가 오가는 값들. 한 줄기가 둘로, 둘이 넷으로 갈라지는 주기배가가 보이죠. 갈라짐 간격이 매번 약 \(4.669\)배씩 좁아집니다. 확대하면 누적점 \(r_\infty\approx 3.5699\) 근처의 자기닮음이 드러나요.

51.3063778838…밀스 상수 (Mills’ constant)

소수를 찍어내는 마법의 공식이 있다면? 1947년 윌리엄 밀스가 증명했습니다 — 어떤 상수 \(A\)가 존재해서

$$ \left\lfloor A^{\,3^{\,n}} \right\rfloor \quad\text{이 모든 } n\text{에 대해 소수} $$

가 됩니다. 그 가장 작은 \(A\)가 밀스 상수 \(1.30637788386\ldots\)예요. 실제로 넣어 보면:

$$ \lfloor A^3\rfloor=2,\quad \lfloor A^9\rfloor=11,\quad \lfloor A^{27}\rfloor=1361,\quad \lfloor A^{81}\rfloor=2521008887,\ \dots $$

전부 소수죠. 신기하다("오?")… 그런데 잠깐. 이 \(A\)를 어떻게 구할까요? 저 소수들을 거꾸로 알아야 \(A\)의 자릿수를 한 자리씩 채울 수 있습니다. 즉 공식이 소수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이미 찾아 둔 소수들을 한 수에 욱여넣어 인코딩한 것에 가까워요. 게다가 \(A\)가 무리수인지조차 모르고, 그 값이 이대로라는 것마저 "이웃한 세제곱수 사이엔 늘 소수가 있다"는 (리만 가설급의) 미해결 추측에 기대고 있습니다.

"음~ 오? 아… 예…"
소수를 토해 내는 마법 공식처럼 보이지만, 정작 새 소수를 알려 주진 못하는 — 음~ 오? 아… 예… 편의 그 김 빠지는 마술의 정수론 버전입니다. 신기함의 정체는 "공식"이 아니라 "이미 아는 답을 숨겨 둔 포장"이었던 거죠.

62.9200509773…프리드먼 상수 (소수를 차례로 뱉는 상수)

밀스 상수는 결국 "이미 아는 소수를 숨겨 둔 포장"이라 김이 샜죠. 그런데 2019년 프리드먼 등은 — 정말로 모든 소수를 차례대로, 그것도 무조건적으로(미해결 추측에 기대지 않고) 토해 내는 상수를 내놓았습니다.

상수 \(f=2.920050977316\ldots\)에서 출발해, 수열을 이렇게 굴립니다:

$$ a_1=f,\qquad a_{n+1}=\lfloor a_n\rfloor\bigl(a_n-\lfloor a_n\rfloor+1\bigr). $$

그러면 정수부 \(\lfloor a_n\rfloor\)이 정확히 \(n\)번째 소수가 됩니다 — \(2,3,5,7,11,\dots\) 끝없이. 밀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둘. (1) 일부가 아니라 모든 소수를 순서대로 빠짐없이 주고, (2) 리만 가설 같은 가정 없이 무조건 성립합니다. 물론 이 상수도 소수들로부터 정의되니 "새 소수를 만든다"기보다 "모든 소수를 한 실수에 접어 넣었다"에 가깝지만 — 접는 방식이 놀랍도록 단순하죠.

상수에서 소수를 차례로 뽑기

\(a_{n+1}=\lfloor a_n\rfloor(a_n-\lfloor a_n\rfloor+1)\). 각 항의 정수부 \(\lfloor a_n\rfloor\)이 곧 \(n\)번째 소수입니다. 유한한 자릿수로 \(f\)를 잘라 쓰면 오차가 매 항 \(\lfloor a_n\rfloor\)배로 커져 몇 단계 만에 어긋나지만 — 참값 \(f\)로는 영원히 정확하죠.

71.9021605831…브룬 상수 (Brun’s constant)

소수의 역수를 모두 더하면 \(\tfrac12+\tfrac13+\tfrac15+\tfrac17+\cdots\)는 (느리지만)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그런데 쌍둥이 소수(차이가 2인 소수쌍: 3·5, 5·7, 11·13, …)의 역수만 모으면? 비고 브룬이 1919년에 증명했죠 — 이건 수렴합니다.

$$ B_2=\Bigl(\tfrac13+\tfrac15\Bigr)+\Bigl(\tfrac15+\tfrac17\Bigr)+\Bigl(\tfrac1{11}+\tfrac1{13}\Bigr)+\cdots = 1.9021605831\ldots $$

이 한 줄에 깊은 함정이 있습니다. 수렴한다는 건 쌍둥이 소수가 (있더라도) 충분히 드물다는 뜻이라, 이 합만으로는 쌍둥이 소수가 무한히 많은지 유한한지 알 수 없어요 — 쌍둥이 소수 추측이 아직도 미해결인 이유죠. 게다가 수렴이 어찌나 느린지, 아래에서 보듯 100만까지 더해도 한참 모자랍니다.

쌍둥이 소수 역수의 부분합 — 기어가는 수렴

상한을 키워도 부분합이 \(1.902\)에 좀처럼 닿지 못합니다. 그래서 토머스 나이슬리는 1994년 이 값을 \(10^{14}\)까지 밀어붙여 계산했는데 — 그러다 인텔 펜티엄 CPU의 나눗셈 버그(FDIV)를 발견하고 맙니다. 순수 정수론 계산이 하드웨어 결함을 들춰낸, 인텔이 4억 7천만 달러를 물어낸 사건이죠.

80.6243299885…골롬–딕맨 상수 (Golomb–Dickman constant)

1930년 스톡홀름. 보험계리사 카를 딕맨이 스웨덴의 한 학술지에 짧은 논문을 싣습니다. 주제는 "수를 아무거나 하나 집었을 때 그 수의 가장 큰 소인수는 대개 얼마나 큰가". 30년 뒤 미국. 솔로몬 골롬은 전혀 다른 것을 세고 있었습니다 — 카드 뭉치를 무작위로 섞었을 때 생기는 가장 긴 순환은 대개 얼마나 긴가.

소수와 순열. 정수론과 조합론.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계산이 — 소수점 아래 어디까지 따라가도 똑같은 수를 뱉었습니다.

$$ \lambda \;=\; 0.62432\,99885\,43550\,87099\ldots $$

딕맨: 무작위 정수의 가장 큰 소인수

정수 \(n\)의 가장 큰 소인수를 \(P(n)\)이라 합시다. \(P(n)\) 자체를 평균 내는 건 의미가 없어요 — \(n\)이 커지면 같이 커지니까요. 그래서 비율로 잽니다. \(n\)을 소인수분해해 크기를 로그로 재면

$$ \log n = \log p_1 + \log p_2 + \cdots + \log p_k $$

이니, \(\log n\)이라는 막대를 소인수들이 나눠 가진 셈이죠. 그중 가장 큰 조각의 몫이 \(\dfrac{\log P(n)}{\log n}\in(0,1]\)입니다. 딕맨이 계산한 것은 이 몫의 평균이었고, 답은

$$ \frac{1}{N}\sum_{n\le N}\frac{\log P(n)}{\log n} \;\longrightarrow\; \lambda = 0.6243\ldots $$

말을 바꾸면 — 아무 수나 하나 집으면 그 최대 소인수는 대략 \(n^{0.624}\) 크기입니다. 덤으로 딕맨은 "모든 소인수가 \(n^{1/u}\) 이하인(=매끄러운, smooth) 수의 비율"이 어떤 함수 \(\rho(u)\)로 수렴함도 보였습니다. 오늘날 딕맨 \(\rho\) 함수라 불리는, \(u\rho'(u)=-\rho(u-1)\)을 만족하는 그 함수죠. 정작 논문은 스웨덴 학술지에 실린 채 20년 넘게 잊혔다가, 1951년 니콜라스 더 브라윈이 다시 발굴해 엄밀하게 다듬습니다.

골롬: 무작위 순열의 가장 긴 순환

이번엔 \(1,\dots,n\)의 순열을 하나 무작위로 뽑습니다. 순열은 언제나 순환(cycle)들로 쪼개져요. 예컨대 \(1\to3\to5\to1\), \(2\to4\to2\)처럼요. 그러면 순환들의 길이가 \(n\)을 나눠 갖습니다:

$$ n = \ell_1 + \ell_2 + \cdots + \ell_k. $$

가장 긴 순환의 몫 \(\ell_{\max}/n\)의 평균은 얼마일까요? 골롬이 1959년 시프트 레지스터 수열을 연구하다 이 값을 수치로 두드렸고(1964년 짧은 노트로 발표), 1966년 셰프와 로이드가 엄밀히 증명했습니다:

$$ \mathbb{E}\!\left[\frac{\ell_{\max}}{n}\right] \;\longrightarrow\; \lambda \;=\; \int_0^{\infty} e^{-t-E_1(t)}\,dt \;=\; \int_0^{1} e^{\,\mathrm{li}(t)}\,dt \;=\; 0.6243\ldots $$

카드를 섞으면 그중 62%쯤이 하나의 큰 순환에 묶입니다. 소수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는데, 딕맨의 그 수가 그대로 나왔죠.

둘이 같다는 걸 알아챈 사람
두 결과는 20년 가까이 서로를 모른 채 각자의 분야에 있었습니다. 1976년 도널드 크누스와 루이스 트랩 파도가 "가장 작은 소인수부터 차례로 나눠 보는" 소박한 인수분해 알고리즘의 평균 실행시간을 분석하다가 — 자기들이 구한 소인수 크기의 분포표가 순열 순환 길이의 분포표와 자릿수까지 같다는 걸 발견합니다. 그래서 이 상수는 두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달게 되었어요.

왜 같은가 — 로그 자를 대면 같은 그림

우연이 아닙니다. 두 상황은 사실 같은 일이었어요. 양쪽 모두 "하나의 대상을 조각들로 쪼개고, 조각의 상대 크기를 본다"입니다. 자만 맞춰 주면 되죠 — 순열은 길이/n, 정수는 log p/log n. 그리고 결정적으로, 두 세계에서 조각이 나타나는 밀도가 똑같습니다.

두 세계의 같은 1/k 밀도

순열 쪽. 길이 \(k\)인 순환의 개수는 (\(k\)가 \(n\)에 비해 작을 때) 평균 \(1/k\)인 푸아송 분포를 따르고, 서로 거의 독립입니다. 길이가 \(n\)의 \(a\)배~\(b\)배인 순환의 기대 개수는

$$ \sum_{k=an}^{bn}\frac1k \;\approx\; \ln\frac{b}{a}. $$

정수 쪽. 무작위 정수가 소수 \(p\)로 나뉠 확률은 \(1/p\)입니다. 크기가 \(x^{a}\)~\(x^{b}\)인 소인수의 기대 개수는 메르텐스 정리

$$ \sum_{x^a\le p\le x^b}\frac1p \;\approx\; \ln\frac{\ln x^{b}}{\ln x^{a}} \;=\; \ln\frac{b}{a}. $$

완전히 같은 식이죠. 두 세계 모두 "로그 눈금에서 균등하게" 조각이 뿌려집니다.

그래서 조각들의 상대 크기를 큰 것부터 줄 세우면, 양쪽 다 같은 극한분포(푸아송–디리클레 분포 \(PD(1)\))로 수렴합니다. 골롬–딕맨 상수는 그 분포에서 가장 큰 조각의 기댓값일 뿐이고요. 딕맨과 골롬은 같은 수를 두 언어로 재고 있었던 겁니다.

무작위 정수 \(n\)
무작위 순열 (크기 \(n\))
소인수 \(p\)
순환
조각의 크기 \(\log p/\log n\)
조각의 크기 \(\ell/n\)
매끄러운 수의 비율 \(\rho(u)\)
긴 순환이 없을 확률 같은 \(\rho(u)\)
\(P(n)>\sqrt n\)일 확률 \(\ln 2\)
\(\ell_{\max}>n/2\)일 확률 같은 \(\ln 2\)
\(\mathbb{E}[\log P(n)/\log n]=\lambda\)
\(\mathbb{E}[\ell_{\max}/n]=\boldsymbol\lambda\)
ln 2 — 같은 사실의 세 얼굴
가장 큰 조각이 \(x\ (\ge\tfrac12)\)일 밀도는 정확히 \(1/x\)입니다. 적분하면 \(\int_{1/2}^{1}\frac{dx}{x}=\ln 2\approx 0.6931\) — 즉 무작위 정수의 절반 이상(69%)은 \(\sqrt n\)보다 큰 소인수를 가지고, 무작위 순열의 69%는 절반보다 긴 순환을 가집니다. 유명한 100명의 죄수와 사물함 퍼즐(모두가 자기 번호를 찾아 살아남을 확률 \(1-\ln 2\approx 31.2\%\))도 정확히 이 사실의 세 번째 얼굴이에요 — 실패는 오직 "50보다 긴 순환이 있을 때"뿐이니까요.

두 히스토그램 포개기 — 소인수 vs 순환

가로축 = 가장 큰 조각의 몫. 파랑 = 무작위 순열의 \(\ell_{\max}/n\ (n=600)\), 주황 = 무작위 정수의 \(\log P(n)/\log n\ (n\le 10^6)\). 서로 아무 관계 없는 두 실험인데 히스토그램 모양이 포개집니다. 초록 곡선은 이론 밀도 \(\rho\!\left(\frac{1-x}{x}\right)\!/x\) (오른쪽 절반에선 정확히 \(1/x\)), 주황 점선이 \(\lambda\). 오른쪽 끝에 솟은 주황 기둥들은 \(n\)이 소수(조각이 통째로 하나)이거나 \(n=2p,3p\)처럼 큰 소인수 하나가 거의 전부인 경우로, \(n\)이 커지면 사그라드는 유한 크기 효과예요 — 같은 이유로 정수 쪽 평균은 \(1/\log n\) 정도로 아주 느리게 수렴해 \(\lambda\)보다 살짝 높게 나옵니다.

이 상수가 실제로 하는 일

딕맨의 \(\rho\)는 골동품이 아닙니다. \(\rho(u)\approx u^{-u}\)라는 감소 속도가 곧 "매끄러운 수는 얼마나 흔한가"이고, 이 값이 현대 공개키 암호 편이 기대는 인수분해 알고리즘들의 속도를 그대로 결정합니다. 이차 체, 수체 체, 지표 계산법은 모두 "작은 소인수만 가진 수를 주워 모으는" 전략이라 — 얼마나 자주 주울 수 있는지(\(\rho\))와 모을 양의 균형점에서 그 유명한 준지수 복잡도가 튀어나오죠. 크누스와 트랩 파도가 애초에 이 상수를 만난 곳도 인수분해 알고리즘의 분석이었고요.

한편 순열 쪽의 \(\lambda\)는 무작위 사상·해시 체인·시프트 레지스터의 주기 길이를 재는 자입니다. 같은 상수가 "이 수를 분해하려면 얼마나 걸리나"와 "이 난수열은 언제 되돌아오나"에 동시에 답하는 셈이에요.

다른 맥락에서 나온 두 상수가 같았던 이유는, 결국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다른 언어로 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학에서 우연한 일치란 대개 —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전(辭典)의 다른 이름이죠.


9맺으며 — 0.???????…

마지막 수는 — 제목에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레고리 체이틴의 정지 확률 \(\Omega\)는, 무작위로 만든 프로그램이 (영원히 돌지 않고) 언젠가 멈출 확률입니다. 분명히 0과 1 사이의 한 실수로 잘 정의돼 있는데 — 그 어떤 알고리즘도 이 수의 자릿수를 출력할 수 없어요(계산 불가능·알고리즘적 무작위).

이유가 아찔합니다. \(\Omega\)의 앞 \(n\)비트만 알면, 길이 \(n\) 이하의 모든 프로그램이 멈추는지를 판정할 수 있습니다 — 곧 정지 문제가 풀리죠. 그런데 골드바흐 추측도, 리만 가설도 "반례를 찾으면 멈추는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으니, \(\Omega\)의 자릿수는 사실상 거의 모든 수학 난제의 답을 품고 있는 셈입니다(게임, 컴퓨터가 되다 편의 정지 문제 참고). 그래서 그 답들은 영원히 우리 손 밖이고요.

힌친 상수는 "아무 수나 골라도 같더라"에서, 콘웨이 상수는 "그냥 읽었을 뿐인데"에서, 파이겐바움 상수는 "혼돈으로 가는 길은 다 똑같더라"에서, 골롬–딕맨 상수는 "남남인 두 논문이 같은 수를 적었더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누군가 어떤 과정을 끝까지, 끈질기게 따라갔기에 비로소 이름을 얻은 수들이죠. 어쩌면 모든 특별한 수는, 그렇게 누군가가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 본 자리에 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Omega\)는 — 끝까지 가 봐도 닿을 수 없는 자리가 있다는, 그 마지막 이야기고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