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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 리듬의 수학

리듬에 수를 맡겨

Euclid keeps the beat.

음악의 수학은 음높이(화음)에만 있지 않습니다. 시간을 가르는 일 — 리듬 — 에도 정수론과 최소공배수가 숨어 있죠. 박을 가장 고르게 나누면 유클리드 호제법이 튀어나오고, 둘과 셋을 겹치면 최소공배수가, 마지막엔 북소리에 2차원 진동의 고유값이 울립니다. (소리가 납니다 — 스피커를 켜세요 🔊)

1박을 고르게 — 유클리드 리듬

한 마디를 \(n\)개의 균등한 칸으로 나누고, 거기에 \(k\)번의 ‘침(onset)’을 최대한 고르게 박으려면 어디에 둬야 할까요? \(k\)가 \(n\)을 나누면 쉽지만(\(E(4,8)=\)네 칸마다), 안 나누어떨어질 땐 — 답이 놀랍게도 \(n\)을 \(k\)로 나누는 유클리드 호제법과 똑같은 과정(비외르클룬드 알고리즘)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얻은 유클리드 리듬 \(E(k,n)\)은 신기하게도 세계 곳곳의 전통 리듬과 일치해요 — \(E(3,8)\)은 쿠바의 트레시요 x..x..x., \(E(5,8)\)은 신킬요, \(E(4,9)\)는 터키 아크사크, \(E(5,16)\)은 보사노바. 정수론이 사람들의 몸이 찾아낸 그루브와 맞아떨어지는 거죠.

유클리드 리듬 — \(k\)개의 침을 \(n\)칸에 고르게

n(칸) = 8 k(침) = 3
원을 \(n\)칸으로 나눠 \(E(k,n)\)의 침(주황)을 찍습니다. 돌아가는 바늘에 맞춰 들어 보세요 — \(k,n\)을 바꾸면 세계의 리듬이 줄줄이 나옵니다.

2둘과 셋이 겹칠 때 — 폴리리듬

두 리듬을 동시에. 한 마디를 \(a\)등분한 줄과 \(b\)등분한 줄을 겹치면 — 서로 ‘안 맞는’ 개수일수록 묘하게 흔들리는 폴리리듬이 됩니다(3 대 2가 대표적). 두 줄이 다시 딱 맞아떨어지는 건 \(\operatorname{lcm}(a,b)\)칸마다죠. 3:2면 \(\operatorname{lcm}(3,2)=6\)칸마다 만나고, 그 사이 어긋남이 헤미올라의 그 출렁임을 만듭니다.

폴리리듬 — a 대 b

a = 3 b = 2
파랑 = \(a\)개 줄, 분홍 = \(b\)개 줄. 두 색이 겹치는 칸(시작점)에서만 동시에 울립니다. 합성 패턴은 \(\operatorname{lcm}(a,b)\)칸마다 반복.

3고르지 않게 — 덧셈 박자(아크사크)

모든 칸이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7박을 \(2+2+3\)으로 묶으면(\(7/8\) 박자) ‘절뚝이며’ 굴러가는 발칸·터키의 아크사크 리듬이 되죠. 균등 분할(곱셈)이 아니라 덧셈으로 박을 쌓는 겁니다 — \(5=2+3\), \(7=2+2+3\), \(9=2+2+2+3\)처럼. 아래로 들어 보세요.

그런데 n박을 나누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

\(n\)박을 (순서를 구분해) 자연수의 합으로 쪼개는 모든 방법 — 조합론에서 합성(composition) — 의 수는 놀랍도록 깔끔합니다.

정리
\(n\)의 합성(순서 있는 자연수 합)의 개수는 \(2^{\,n-1}\)이다.
PROOF — 돌과 칸막이

돌 \(n\)개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돌 사이에 틈이 \(n-1\)개 생깁니다. 각 틈마다 칸막이를 넣을지 말지를 따로 정하면 — 칸막이로 나뉜 연속 덩어리들의 길이가 그대로 하나의 합성이 됩니다(예: \(\bullet\,|\,\bullet\bullet\,|\,\bullet\bullet \to 1{+}2{+}2\)). 틈 \(n-1\)개에 각각 두 가지씩, 그래서 \(2^{\,n-1}\)가지. \(\blacksquare\)

예컨대 \(7\)박은 \(2^{6}=64\)가지로 쪼갤 수 있고 \(2{+}2{+}3\)은 그중 하나입니다. (칸막이를 모두 넣으면 균등한 \(7\)박 \(1{+}1{+}\cdots\), 하나도 안 넣으면 통째로 한 박.) 아래에서 직접 칸막이를 넣었다 빼며 들어 보세요.

돌 7개 · 칸막이로 박을 나눠 보세요

돌 사이의 틈을 클릭해 칸막이를 넣었다 뺐다 하세요. 칸막이로 나뉜 덩어리 길이가 곧 박의 묶음 — 각 묶음 첫 박에 강세(높은 음)가 떨어집니다. 기본값은 아크사크 \(2{+}2{+}3\). 위 ‘칸막이 증명’의 \(2^6=64\)가지를 직접 두드려 보는 셈이죠.

4왜 네 박자인가 — 결합 진동자의 동조

왜 인류는 4박을 ‘가장 기본’으로 느낄까요? 가장 설득력 있는 수학적 단서는 ‘결합 진동자’의 동조에 있습니다.

진동자(oscillator)란 규칙적으로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것 — 똑딱이는 메트로놈, 흔들리는 다리, 일정하게 발화하는 신경 세포처럼요. 두 진동자가 서로의 박자에 영향을 주면결합(coupled) 진동자’라 부릅니다. 흔들리는 탁자 위 두 메트로놈이 저절로 같은 박으로 맞춰지고, 반딧불이 떼가 한꺼번에 깜빡이고, 노래를 들으며 발이 비트에 척척 들러붙는 것 — 모두 결합 진동자의 동조(synchronization)예요. 박을 따라가는 우리 뇌의 진동도, 바깥 음악과 결합한 진동자인 셈이죠. 아래에서 직접 둘을 결합시켜 보세요.

결합 진동자 — 둘이 서로 박을 맞춘다

빠르기 차 = 0.30 결합 K = 0.00
파랑·분홍 두 진동자가 각자의 빠르기로 돕니다(꼭대기를 지날 때 ‘틱’). 결합 \(K=0\)이면 서로 무관하게 어긋난 채 미끄러지고, \(K\)를 키우면 — 탁자 위 두 메트로놈처럼 — 서로 끌어당겨 같은 박으로 잠깁니다(동조).

핵심은, 동조가 꼭 1:1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쪽이 한 번 돌 때 다른 쪽이 두 번 도는 2:1, 또는 3:2처럼 — 정수비로 맞물릴 수 있어요(이를 위상 고정, mode-locking이라 합니다). 어떤 비로 잠기는지는 두 진동자의 타고난 빠르기 차이(이를 어긋남 \(\Omega\)라 합시다)와 결합의 세기 \(K\)에 달렸습니다.

이걸 가장 단순하게 담은 장난감이 원 사상(circle map)입니다. 한 진동자의 위상(한 바퀴를 \(0\)~\(1\)로 보고, \(1\)을 넘으면 \(0\)으로 되돌아오는 ‘원 위의 점’)이 매 박마다 — 제 빠르기만큼 \(\Omega\) 나아가고, 거기에 상대가 당기는 힘 \(K\)가 더해져 — 이렇게 갱신됩니다:

$$ x_{n+1} = x_n + \Omega + \frac{K}{2\pi}\sin(2\pi x_n). $$

여기서 회전수 \(\rho\)는 ‘한 박당 평균 몇 바퀴 도는가’ — 곧 두 진동자의 장기 빈도 비입니다. \(\rho\)가 \(p/q\) 같은 유리수면 둘은 \(p:q\)로 딱 잠긴 것이고(동조), 무리수면 영영 안 맞물려 미끄러집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 어긋남 \(\Omega\)를 슬슬 바꿔도 \(\rho\)가 한동안 같은 단순한 비에 그대로 눌러앉는다는 것(고정의 ‘튼튼함’)이고, 그 눌러앉는 구간이 가장 넓은 비가 바로 가장 단순한 비예요.

그래서 \(\rho\)를 \(\Omega\)에 대해 그리면, 평탄한 계단들이 줄지어 선 ‘악마의 계단’이 됩니다. 가장 넓은 내부 계단이 \(\rho=\tfrac12\) — 곧 2:1 고정이죠. 그래서 박자 위계가 2:1로 겹겹이 쌓이는 2박·4박이 가장 견고합니다. 아래에서 결합 세기 \(K\)를 키워 보세요 — 계단(특히 \(\tfrac12\))이 점점 넓어집니다. (이렇게 결합 세기를 더 키우면 원 사상은 끝내 혼돈으로 빠지는데, 그 길목마다 똑같이 등장하는 수가 파이겐바움 상수입니다.)

악마의 계단 — 위상 고정의 폭

결합 K = 1.00
가로축 = 두 진동자의 어긋남 \(\Omega\), 세로축 = 회전수 \(\rho\)(고정된 비). 평탄부 = 위상 고정 구간이고, \(\rho=1/2\)(2:1=듀플) 계단이 가장 넓습니다 — 듀플 박자가 가장 안정적인 까닭이죠.

5음악 프로그램은 어떻게 BPM을 알아낼까

음원을 넣으면 DJ·DAW 프로그램이 BPM을 척 알아내죠. 푸리에냐고요? — 절반만 맞습니다. 원파형을 그냥 푸리에 변환하면 음높이 주파수가 나올 뿐, 박의 빠르기는 안 나와요. 진짜 비결은 두 단계입니다.

  1. 온셋 세기 곡선 — 매 순간 스펙트럼이 갑자기 커지는 정도(스펙트럼 플럭스)를 재서, 음·박이 시작될 때마다 봉우리가 솟는 느린 곡선을 만듭니다.
  2. 그 곡선의 주기 찾기 — 이 리듬 곡선을 자기상관(얼마나 밀어도 자기와 닮나)하거나, 곡선의 푸리에(템포그램)를 취해 가장 강한 주기를 찾습니다. \(\text{BPM}=60/\text{주기(초)}\).

즉 푸리에는 쓰이되 — 원파형이 아니라 ‘리듬 곡선’에 씁니다. 아래는 핵심인 ②단계(자기상관)를 직접 본 것입니다.

자기상관으로 BPM 찾기

실제 BPM = 120
위: 박 onset 곡선. 아래: 자기상관(가로축을 BPM으로 환산). 봉우리가 곧 박의 빠르기 (검출 BPM). 박의 2배·½배에도 작은 봉우리(옥타브 모호성)가 보여, 실제 프로그램은 ‘선호 템포(≈80–160)’에 가중치를 둡니다.

6드럼의 수학 — 모양을 들을 수 있을까

현(줄)은 1차원이라 진동 모드의 주파수가 정수배 \(f,2f,3f,\dots\)입니다 — 그래서 또렷한 음정을 갖죠. 그런데 북은 2차원 막이라 사정이 다릅니다. 정사각형 막의 진동 모드 \((m,n)\)은 \(\sin(m\pi x)\sin(n\pi y)\) 꼴이고, 주파수는

$$ f_{m,n} \;\propto\; \sqrt{m^2+n^2}. $$

그러면 배음 비가 \(\sqrt2:\sqrt5:\sqrt8:\dots\) 같은 무리수라, 정수배가 아니라서 ‘음정이 흐릿한’ 타악기 소리가 납니다(원형 북은 베셀 함수라 \(1:1.59:2.14\dots\)). 모드마다 움직이지 않는 마디선이 생기는데, 그게 모래를 뿌리면 드러나는 클라드니 무늬예요. 아래에서 \((m,n)\)을 바꿔 보세요.

정사각 막의 진동 모드 (m, n)

m = 2 n = 1
파랑/분홍은 막이 위/아래로 휘는 영역, 그 경계의 흰 선이 마디선(클라드니 무늬). 모드 하나는 그냥 순음(맑은 음)이지만 — 실제 북을 치면 여러 모드가 한꺼번에 울리고, 그 진동수들이 \(\sqrt{m^2+n^2}\)의 무리수 비라 합쳐지면 음정이 흐릿한 둔탁한 타격음이 됩니다. 정수배 배음인 과 직접 비교해 보세요.
"북의 모양을 들을 수 있을까?" (마크 카츠, 1966)
북의 전체 진동수 목록(스펙트럼)만 듣고 그 북의 모양을 알아낼 수 있을까? 1992년 고든·웹·볼퍼트가 답했습니다 — 아니오. 모양이 다른데도 진동수 목록이 완전히 똑같은 두 북(동형스펙트럼)이 존재해요. 소리는 모양의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넓이·둘레 등), 모양 전체까지는 아니란 뜻이죠.

7맺으며

박을 고르게 나누면 유클리드 호제법이, 둘과 셋을 겹치면 최소공배수가, 북을 두드리면 2차원 고유값이 울립니다. 음높이만 수였던 게 아니라 — 시간을 가르는 리듬도, 그 소리를 내는 북의 모양도 통째로 수였던 거죠. 리듬에 수를 맡겨도, 음악은 조금도 덜 음악적이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