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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순간 · 불변량

강산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Invariants: what stays put while everything moves.

규칙에 따라 상태가 마구 바뀌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갈 수 있나?"를 일일이 시도해 보는 건 끝이 없죠. 그런데 — 어떤 조작을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양(불변량) 하나만 찾으면, 시작과 목표의 그 값이 다른 순간 "불가능"이 단번에 증명됩니다. 무한 체스판의 돌 옮기기부터, IMO 쇼트리스트, 그리고 역대 최악으로 불리는 입시 문제까지 — 불변량 하나로 관통해 봅니다.

1불변량이라는 무기

발상은 한 줄입니다. 규칙대로 상태가 아무리 바뀌어도 절대 안 변하는 양을 하나 찾아라. 그러면 시작과 목표에서 그 값이 다른 순간, "둘은 못 잇는다"가 — 시도 한 번 없이 — 증명됩니다.

가장 유명한 예가 잘린 체스판(마주 보는 두 모서리를 떼면 도미노로 못 덮음 — 색칠 불변량)인데, 이건 보드 게임 페이지에서 직접 칸을 떼어 보며 확인할 수 있으니 여기선 넘어갈게요. 더 가벼운 한 입만 맛보면 — \(m\times n\) 초콜릿 바를 조각으로 다 쪼개는 데 필요한 쪼개기 횟수는, 어떤 순서로 부수든 늘 \(mn-1\)입니다(한 번 쪼갤 때마다 조각 수가 정확히 \(1\)씩 늘어나는 게 불변량이거든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아예 없죠.

핵심은 늘 같습니다 — 조작이 보존하는 양을 찾고, 시작과 목표에서 그 값을 비교한다. 이제 이 무기를 훨씬 사나운 문제들에 휘둘러 봅시다(겹치지 않게, 게임 페이지의 15 퍼즐·님·페그 솔리테어와는 다른 결로).


2무한 체스판의 돌 — \(3\)의 배수는 안 된다

무한 격자 위에 돌을 \(n\times n\) 정사각형으로 빈틈없이 깔아 둡니다. 허용된 동작은 펙 솔리테어(말판 뛰기) — 한 돌이 바로 옆 돌을 뛰어넘어 그 너머 빈칸에 내려앉고, 뛰어넘긴 돌은 사라집니다(가로·세로만). 기호로 적으면 세 칸이 ●●□ → □□●로 바뀌는 거죠.

문제 (IMO 1993 제3번)
이 동작만 반복해 돌을 단 한 개만 남길 수 있는 \(n\)은? — 답은 "\(n\)이 \(3\)의 배수가 아닐 때"입니다. 여기선 그중 \(3\mid n\)이면 불가능을 불변량으로 증명합니다(보통 가장 어려운 방향인데, 불변량이면 한 줄).

비밀 병기는 칸마다 \(3,5,7\)을 \((i{+}j)\bmod 3\)에 따라 번갈아 적는 것입니다(아래 패턴이 무한히 반복):

3 5 7
5 7 3
7 3 5

PROOF — 돌이 놓인 칸들의 곱은 mod 8 불변

가로든 세로든 연속한 세 칸은 늘 \(\{3,5,7\}\) 한 벌이라, 그 곱은 \(3\cdot5\cdot7=105\equiv1\pmod8\). 한편 \((\mathbb Z/8)^\times=\{1,3,5,7\}\)에선 모든 원소가 제 자신이 역원(\(3^2,5^2,7^2\equiv1\)).

동작 \(\,a,b\) 자리에 돌, \(c\) 빈칸 \(\to\) \(a,b\) 비고 \(c\)에 돌. 돌이 놓인 칸의 값들의 곱은 \(\dfrac{v_c}{v_a v_b}=v_a v_b v_c=105\equiv1\)배가 됩니다 — 즉 곱은 안 변해요(가로·세로 모두).

시작이 \(n=3k\) 정사각형이면, 각 줄이 \(\{3,5,7\}\)을 \(k\)벌씩 가져 곱 \(\equiv105^k\equiv1\), 전체도 \(\equiv1\pmod8\). 그런데 돌 한 개만 남으면 그 칸 값은 \(3,5,7\) 중 하나라 결코 \(1\)이 아닙니다. 모순 — \(3\mid n\)이면 한 개로 못 줄입니다. \(\blacksquare\)

아래에서 직접 뛰어 보세요. 무슨 짓을 해도 곱 mod 8이 꿈쩍 않는 걸, 그리고 \(3\times3\)에선 한 개에 영영 닿지 못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펙 솔리테어 — 곱 mod 8을 지켜보며

시작 정사각형
돌을 클릭해 고르고, 두 칸 너머 빈칸(사이에 돌이 있어야 함)을 클릭하면 뛰어넘습니다. 파랑 테두리=갈 수 있는 자리. 곱 mod 8은 절대 안 변해요.

3동전을 뒤집으며 — \(S_3\)가 기억한다

이번엔 한 줄로 놓인 동전들. 각 동전은 한 면이 흰색, 한 면이 검은색이고, 처음엔 \(n\)개가 모두 흰 면이 위입니다. 동작은: 양 끝이 아닌 흰 면 동전 하나를 골라 치우고, 그 좌우의 가장 가까운 동전을 각각 뒤집습니다. 목표는 동전을 2개만 남기는 것.

문제 (IMO 2005 쇼트리스트 C5)
이 동작으로 동전을 \(2\)개만 남길 수 있는 것은 — \(n-1\)이 \(3\)의 배수가 아닐 때, 그리고 그때뿐이다.

비가환군 \(S_3\)(세 원소의 대칭군)가 모든 걸 기억합니다. 흰 면엔 \(x=(1\,2\,3)\), 검은 면엔 \(y=(1\,2)\)를 붙이고, 줄을 왼쪽부터 차례로 곱한 순열 \(P\)를 보죠.

PROOF — \(S_3\) 곱이 불변

동작은 부분열 "\(\ell\ x\ r\)"(가운데가 흰 면)를 "\(\ell'\ r'\)"로 바꿉니다(\(\ell',r'\)은 \(\ell,r\)을 뒤집은 것, 즉 \(x\leftrightarrow y\)). 네 경우(\(\ell,r\in\{\)흰,검\(\}\))를 모두 따져 보면 \(S_3\)에서 \(P(\ell)\,x\,P(r)=P(\ell')\,P(r')\) — 곱 \(P\)는 안 변합니다.

처음 전부 흰 \(n\)개의 곱은 \(P=x^n\). \(x=(1\,2\,3)\)는 위수 3이라 \(x^n\)은 \(n\bmod3\)에 따라 \(x,\,x^2,\,e\)로 돕니다. 한편 동전 2개가 만들 수 있는 곱은 \(x^2(\text{흰흰}),\,xy,\,yx,\,e(\text{검검})\)뿐 — \(x=(1\,2\,3)\)는 이 안에 없습니다. 그러니 \(x^n=x\), 곧 \(n\equiv1\pmod3\)이면 2개로 못 줄입니다. \(\blacksquare\)

스칼라 버전 — mod 3 합
군이 부담스럽다면 수 하나로도 됩니다. 흰 면 동전마다 "그 왼쪽의 검은 면 동전 수"로 \((-1)\)을 거듭제곱한 값을 모두 더하면, 그 합은 \(\bmod 3\)으로 불변입니다. 처음 전부 흰색이면 합 \(\equiv n\)이라, 역시 \(n\bmod3\)이 운명을 가르죠. (검은 면 기준이 아니라 흰 면 기준이라는 데 주의 — 방향을 바꾸면 불변이 아닙니다.)

아래에서 흰 동전을 치우며 \(S_3\) 곱이 그대로인 걸 보세요. \(n\equiv1\pmod3\)으로 시작하면, 아무리 해도 2개에 닿는 순간의 곱이 안 맞아 막힙니다.

동전 뒤집기 — \(S_3\) 곱은 그대로

시작 개수 n
안쪽 흰 동전을 클릭하면 치우고 좌우를 뒤집습니다. 곱 \(P\)와 mod 3 합이 절대 안 변해요. \(n=7\)(\(\equiv1\))로 시작하면 2개에 못 닿습니다 — 직접 막혀 보세요.

4역대 최악의 입시 문제 — 1998 도쿄대

놀랍게도, 방금 그 문제는 IMO 쇼트리스트(2005)보다 7년 먼저 일본의 한 입시장에 나왔습니다. 1998년 도쿄대학교 후기 이과 수학 제3문 — "대학 입시 사상 최고의 난문"으로 전설이 된 문제입니다. 워낙 어려워 시험 당일 대형 입시학원들이 풀이를 내놓지 못했다고 전해지죠.

문제는 막대로 이어 붙인 오셀로 돌(흑/백) 줄을 다룹니다. 돌을 늘리는 두 규칙이 있어요 — (가) 줄의 한쪽 끝에 새 흰 돌을 붙이면 그 끝에 있던 돌이 색이 뒤집히고, (나) 두 돌 사이에 새 흰 돌을 끼우면 양옆 두 돌이 모두 뒤집힙니다. 어떤 흑백 배열을 만들 수 있느냐 — 그리고 못 만드는 배열이 있음을 보이라는 것이었죠.

정체는 \(S_3\) (= 정삼각형의 대칭군 \(D_3\))
규칙 (가)·(나)는 3장의 동전 문제를 거꾸로 돌린 것일 뿐입니다(거기선 흰 돌을 치우며 양옆을 뒤집고, 여기선 끼우며 뒤집죠). 그래서 같은 무기가 통합니다 — 흰 돌 \(x=(1\,2\,3)\), 검은 돌 \(y=(1\,2)\)로 두고 곱한 \(S_3\) 원소가 불변. \(x\)의 위수가 \(3\)이라 "\(3\)으로 나눈 나머지"가 도달 가능성을 가르고, 못 만드는 배열의 존재가 거기서 떨어집니다. 입시 사상 최악의 난문과 IMO 쇼트리스트가, 알고 보면 똑같은 한 불변량 위에 서 있었던 거예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발상(불변량·군론)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악명"을 얻었지만 — 거꾸로, 불변량이라는 무기 하나를 쥐고 있으면 전설의 난문도 3장에서 본 그 한 줄로 관통됩니다.


5모래더미 — 순서를 바꿔도 끝은 같다

불변량이 늘 "한 숫자"인 건 아닙니다. 때론 최종 결과 자체가 불변이죠. 모래더미(아벨 sandpile)가 그렇습니다. 격자의 각 칸에 모래알을 쌓다가, 한 칸이 4알 이상이 되면 무너지며(toppling) 네 이웃에 한 알씩 흘려보냅니다.

아벨 성질 (Dhar)
어떤 순서로 무너뜨리든 — 최종 안정 상태도, 각 칸이 무너진 횟수도 똑같습니다. 과정의 "결과"가 순서에 대한 불변량인 거죠. (닫힌 그래프라면 모래알 총수도 보존됩니다.)

아래에 모래를 뿌려 보세요. 어디를 어떤 순서로 눌러도, 같은 양을 부었다면 늘 같은 무늬로 가라앉습니다.

아벨 모래더미 — 무너뜨려 보기

칸을 클릭하면 한 알씩
색 = 높이(0·1·2·3알). 4알이 되면 즉시 무너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가장자리 밖으로는 흘러 사라집니다.

6루빅스 큐브 — 한 조각만 비틀 수 없는 이유

큐브를 분해해 한 조각만 살짝 비틀어 끼우면, 다시 못 맞춥니다. 정상적인 회전이 보존하는 세 불변량이 그걸 막거든요.

큐브의 세 불변량

그래서 코너 하나만 \(120^\circ\) 비틀기(방향 합이 \(\pm1\)), 엣지 하나만 뒤집기(엣지 합이 \(1\)), 두 조각만 swap(부호 불일치)은 — 셋 다 불변량을 깨므로 불가능합니다. 큐브 \(4.3\times10^{19}\)가지 상태 중 실제로 도달 가능한 건 정확히 그 \(1/12\)뿐인데, 그 \(12=3\times2\times2\)가 바로 이 세 불변량이 가두는 몫이에요.


7컵 뒤집기 — 패리티가 막는다

컵 \(n\)개가 한 줄로 놓여 있고, 한 번에 정확히 두 개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전부 바로 선 상태(\(\uparrow\))에서 시작해 전부 엎어진 상태(\(\downarrow\))로 만들 수 있을까요?

패리티 불변량
한 수마다 \(\downarrow\)의 개수가 \(-2,0,+2\)로 바뀌니, \(\downarrow\)의 개수 \(\bmod 2\)는 불변. 시작은 \(0\)개(짝수), 목표는 \(n\)개라 — \(n\)이 홀수면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컵 두 개씩 뒤집기

컵 수 n
컵 두 개를 차례로 클릭하면 둘 다 뒤집힙니다. 목표는 전부 \(\downarrow\). \(n=7\)(홀수)이면 \(\downarrow\) 개수의 홀짝이 안 맞아 못 만들어요.

8단조량 — 변하진 않아도, 한 방향으로만

불변량의 사촌이 단조량(monovariant)입니다. "절대 안 변한다"가 아니라 "항상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는 양이죠. 아래로만 가는데 바닥이 있으면 — 언젠가 반드시 멈춥니다. 끝나는지(종료성)를 증명하는 가장 깔끔한 무기예요.

예컨대 줄 세운 수에서 왼쪽이 더 큰 이웃 쌍을 골라 맞바꾸기를 반복하면, 매번 뒤집힌 쌍(inversion)의 수가 정확히 \(1\)씩 줄고 \(0\) 아래로는 못 가니 — 유한 번에 정렬이 끝납니다. (5장 모래더미가 늘 멈추는 것도 같은 이유 — 적당한 단조량이 줄어들거든요.)

뒤집힌 쌍은 줄기만 한다

빨강으로 이어진 이웃(왼쪽>오른쪽)을 클릭하면 맞바꿉니다. 뒤집힌 쌍 수가 1씩 줄어 \(0\)이 되면 정렬 완료 — 절대 늘지 않으니 반드시 끝나죠.

9맺으며 —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라

겉모습은 다 달랐습니다 — 돌 뛰기, 동전 치우기, 오셀로 늘리기, 모래더미, 큐브, 컵 뒤집기. 그래도 공략법은 하나였죠. 조작이 보존하는 양을 찾아 시작과 목표에서 견주는 것. 색칠(\(\bmod2\)), 곱(\(\bmod8\)), 비가환군 \(S_3\), 최종 상태 자체(아벨 모래더미), 세 가지 합동식(큐브)까지 — 불변량은 산수부터 군론까지 옷만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안 변한다" 대신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의 단조량은, 게임이 반드시 끝남까지 증명해 주죠.

"강산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 수학에서 그건 시(詩)가 아니라 증명의 칼날입니다. 변하는 것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꿈쩍 않는 단 하나를 찾는 순간, 불가능이 한눈에 증명되니까요. 같은 무기를 게임에 휘두른 보드 게임 페이지(잘린 체스판·15 퍼즐·님·페그 솔리테어), 그리고 패턴을 믿지마·패러독스도 함께 보세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