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해 보이는 질문 하나에 정답이 셋씩 튀어나오고, "아들이 있다"는 말에 화요일을 슬쩍 붙이면 확률이
바뀌고, 둘레는 무한한데 넓이는 멀쩡히 유한한 도형이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조차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
세 가지 패러독스를 — 직접 만져 보며 — 만나러 갑니다. 멘탈이 나가는 건 정상이에요.
1베르트랑 패러독스 — 정답이 셋?
1889년, 조제프 베르트랑이 확률론 교과서에 던진 질문 하나가 두고두고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아주 간단해 보입니다.
베르트랑의 질문 (1889)
원에 "무작위로" 현(弦)을 하나 그었다. 이 현이 그 원에 내접하는 정삼각형의 한 변보다 길 확률은?
(정삼각형 변의 길이는 반지름의 \(\sqrt3\)배. 현이 그보다 길다는 건 곧 현의 중점이 중심에서 \(r/2\)보다 가깝다는 뜻이죠.)
문제는 — "무작위로 현을 긋는다"가 한 가지 뜻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똑같이 자연스러운 방법이 셋인데, 답이 다 다릅니다.
① 양 끝점을 무작위로 — 원둘레에서 점 두 개를 균등하게 찍어 잇는다. \(\Rightarrow P=\tfrac13\).
② 반지름 위의 점으로 — 반지름 방향을 하나 고르고, 그 위에서 균등하게 한 점을 골라 현의 중점으로 삼는다(현은 반지름에 수직). \(\Rightarrow P=\tfrac12\).
③ 중점을 원 안에 무작위로 — 원판 안에서 점 하나를 균등하게 찍어 그것을 현의 중점으로 삼는다. \(\Rightarrow P=\tfrac14\).
셋 다 "무작위"라는 말에 충실합니다. 그런데 \(\tfrac13,\ \tfrac12,\ \tfrac14\)이라니. 아래에서 직접 수천 개를 그어
비율이 정말 갈라지는지 확인해 보세요(초록=삼각형 변보다 긴 현).
현을 무작위로 — 방법에 따라 답이 갈린다
점선 원은 반지름 \(r/2\) — 현의 중점이 이 안에 들면 그 현은 정삼각형 변보다 깁니다. 같은 질문, 같은 원인데
방법 ①②③의 비율은 각각 \(\tfrac13,\tfrac12,\tfrac14\)로 수렴해요.
그래서 정답은?
"정답이 없다"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무작위"를 정의하지 않으면 확률은 정해지지 않아요. 무엇을 균등분포로 둘지
(끝점? 중점? 거리?)를 고르는 순간 답이 정해집니다. 훗날 E. T. 제인스는 "원을 어디에 놓든·얼마나 크든 답이 같아야
한다"는 대칭성을 요구하면 방법 ②(\(\tfrac12\))만 살아남는다고 논증했습니다(막대를 실제로 바닥에 던지면 \(\tfrac12\)이
나오죠). 하지만 베르트랑이 찌른 핵심 — '무작위'는 공짜가 아니다 — 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2두 아이 — 화요일이 대체 무슨 상관이죠?
1959년 마틴 가드너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낸 문제. 너무 간단해서 함정인 줄도 모릅니다.
두 아이 문제 (가드너, 1959)
어떤 집에 아이가 둘 있다. 적어도 한 명은 아들이라는 걸 안다. 두 아이가 모두 아들일 확률은?
직관은 "나머지 하나가 아들이냐 딸이냐, \(\tfrac12\)"이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첫째·둘째의 성별을 순서대로 적으면
똑같이 가능한 경우가 넷입니다 — \(\mathrm{BB},\ \mathrm{BG},\ \mathrm{GB},\ \mathrm{GG}\). "적어도 한 명 아들"은
\(\mathrm{GG}\)만 지웁니다. 남은 셋 중 둘 다 아들인 건 하나뿐이죠.
둘째 B
둘째 G
첫째 B
BB ✓
BG
첫째 G
GB
GG
조건을 만족하는 칸은 셋(파랑+초록), 그중 둘 다 아들은 하나(파랑). 그러니 \(P=\tfrac13\)입니다. \(\tfrac12\)이 아니라요.
함정은 '정보를 어떻게 얻었나'에 있다
만약 "첫째가 아들"이라고 들었다면? 그땐 \(\mathrm{GB},\mathrm{GG}\)가 지워져 \(\{\mathrm{BB},\mathrm{BG}\}\),
답은 \(\tfrac12\)입니다. 똑같이 "아들이 있다"는 사실인데, 그 정보를 콕 집어 준 방식이 다르면 답이 달라져요.
이게 두 아이 문제의 진짜 정체입니다 — 확률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게 된 절차"에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 화요일에 태어난 아들
2010년 게리 포시가 한 수학 모임(Gathering 4 Gardner)에서 던져 인터넷을 발칵 뒤집은 변형입니다.
화요일 아들 (포시, 2010)
아이가 둘인데, 화요일에 태어난 아들이 (적어도 한 명) 있다. 두 아이가 모두 아들일 확률은?
"화요일? 그게 성별이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코웃음 치게 됩니다. 그런데 답이 \(\tfrac13\)도 \(\tfrac12\)도 아닌
\(13/27\approx0.48\)로 바뀝니다. 각 아이를 (성별 2가지)×(요일 7가지)=14가지로 두면 두 아이는 \(14\times14=196\)가지.
"화요일생 아들이 적어도 하나"인 경우는 27가지, 그중 둘 다 아들인 경우는 13가지 — 그래서 \(13/27\)이죠.
하나로 꿰는 열쇠 — 정보의 '희소성'
아들이 가진 식별 정보가 일어날 확률을 \(p\)라 합시다(그냥 "아들"이면 \(p=1\), "화요일생 아들"이면 \(p=\tfrac17\),
"특정 생일의 아들"이면 \(p=\tfrac1{365}\)). 그러면 답이 깔끔한 한 식으로 통일됩니다:
\[ P(\text{둘 다 아들}) \;=\; \frac{2-p}{4-p}. \]
\(p=1\)이면 \(\tfrac13\), \(p=\tfrac17\)이면 \(\tfrac{13}{27}\), \(p\to0\)(거의 고유한 이름 — "율리우스라는 아들이 있다")이면
\(\to\tfrac12\). 정보가 희귀할수록 그 아들을 콕 집어내는 셈이라, '첫째가 아들' 버전처럼 \(\tfrac12\)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화요일은 그 중간 어디쯤입니다.
식별 정보가 희귀해질수록 — 답은 1/3에서 1/2로
식별 정보의 희소성 \(1/p\) = 7
왼쪽 끝(\(p=1\), "그냥 아들")은 \(\tfrac13\). 오른쪽으로 갈수록 정보가 희귀해져 답이 \(\tfrac12\)로 올라갑니다.
화살표는 "화요일생 아들"(\(1/p=7\), \(13/27\))과 "특정 생일"(\(1/p=365\)) 자리예요.
3몬티 홀 — 바꾸면 이득입니다
1990년, 한 잡지 칼럼에 실린 답이 미국 수학자 수천 명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 문제는 이렇습니다.
몬티 홀 문제
문이 셋, 하나 뒤엔 자동차, 둘 뒤엔 염소. 당신이 문 하나를 고르면, 정답을 아는 사회자가 남은 둘 중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 보여 줍니다. 이제 "남은 다른 문으로 바꾸시겠어요?" — 바꾸는 게 이득일까요?
직관은 "문이 둘 남았으니 \(\tfrac12\), 바꾸나 마나"라고 합니다. 틀렸습니다. 바꾸면 \(\tfrac23\), 안 바꾸면 \(\tfrac13\)로
바꾸는 게 두 배 유리해요. 칼럼니스트 메릴린 보스 사번트가 이렇게 답하자 박사 학위 소지자들까지 "틀렸다"는 항의 편지를
쏟아냈지만 — 그녀가 옳았습니다.
핵심은 2장의 두 아이 문제와 똑같습니다. 사회자가 '정답을 알고' 일부러 염소 문을 연다는 절차가 정보를 흘려요.
처음 고른 문이 정답일 확률은 \(\tfrac13\)뿐이고, 사회자가 문을 열어도 이 값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음 문 말고
나머지 전부"에 걸린 \(\tfrac23\)가 고스란히 안 열린 그 한 문에 쏠리는 거죠.
직접 수천 번 — 바꾸기 vs 안 바꾸기
매 판마다 두 전략(바꾸기 / 안 바꾸기)의
누적 승률을 그립니다. 바꾸기는 \(\tfrac23\), 안 바꾸기는 \(\tfrac13\)으로 또렷이 갈라져요.
4심슨의 역설 — 부분에선 이기고 전체에선 진다
이건 도박이 아니라 실제 의료 데이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신장결석 치료법 A·B를 비교한 1986년 연구(Charig 등).
작은 결석
큰 결석
전체
치료 A
81/87 93.1%
192/263 73.0%
273/350 78.0%
치료 B
234/270 86.7%
55/80 68.8%
289/350 82.6%
A가 작은 결석에서도(93.1% vs 86.7%), 큰 결석에서도(73.0% vs 68.8%) 둘 다 이깁니다. 그런데 전체로 합치면
B가 이겨요(82.6% vs 78.0%). 부분마다 A가 나은데 전체는 B라니, 멘탈이 또 나갑니다.
비밀은 환자 배정에 있습니다. 어려운 큰 결석은 주로 A에게(263/350), 쉬운 작은 결석은 주로 B에게(270/350)
몰렸어요. A는 어려운 환자를 떠안아 전체 성적이 끌어내려진 거죠. 가중치(어느 집단이 몇 명인지)를 무시한 채 비율을
덜컥 합치면 이렇게 순위가 뒤집힙니다.
배정이 쏠릴수록 — 전체 순위가 뒤집힌다
A에게 몰아준 '큰 결석' 비율 = 75%
각 부분(작은·큰 결석)의 성공률은 늘 A가 위(고정). 슬라이더로 A에게
어려운 환자를 몰아줄수록 A의 전체 막대가 내려가, 어느 순간 B에게 역전당합니다 —
부분 순위는 그대로인데도.
현실에서 진짜 일어난 일
1973년 UC 버클리 대학원은 "남성 합격률이 여성보다 높다"는 통계로 성차별 의심을 받았지만, 학과별로 보면 오히려
여성 합격률이 같거나 높은 학과가 더 많았습니다. 여성이 경쟁이 치열한 학과에 더 많이 지원했을 뿐이죠. 심슨의 역설은
통계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묶느냐'가 결론을 통째로 뒤집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5둘레는 무한, 넓이는 유한
"둘레가 무한히 길면 넓이도 무한하겠지"는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1904년 헬리에 폰 코흐가 그린 도형이 이 직관을
박살냅니다 — 코흐 눈송이예요.
정삼각형에서 출발해, 모든 변의 가운데 \(\tfrac13\)을 바깥쪽 삼각형 돌기로 바꾸는 조작을 무한히 반복합니다. 한 번
할 때마다 변 하나가 변 넷이 되니 둘레는 \(\tfrac43\)배씩 늘어나죠:
경계선을 따라 영원히 걸어도 끝이 없는데, 그 안에 갇힌 땅은 처음의 1.6배밖에 안 됩니다. 아래에서 단계를 올려 보세요 —
둘레(파랑)는 치솟고 넓이(초록)는 \(1.6\)에 가만히 눌러앉습니다.
코흐 눈송이 — 단계를 올려 보기
반복 단계 n = 2
둘레는 \((4/3)^n\)으로 발산, 넓이는 \(8/5\,A_0=1.6\,A_0\)로 수렴. 길이와 넓이는 서로 독립적으로
무한·유한일 수 있다는 걸 한 그림이 보여 줍니다.
3차원 사촌 — 가브리엘의 뿔(토리첼리의 트럼펫, 1641)
\(y=1/x\) (\(x\ge1\))를 \(x\)축으로 한 바퀴 돌린 무한히 긴 나팔입니다. 부피는 유한(\(\pi\))인데 겉넓이는 무한이죠.
그래서 나온 농담 — "유한한 페인트(부피)로 가득 채울 수는 있는데, 정작 그 안쪽 벽(겉넓이)은 다 칠할 수가 없다." 토리첼리는
미적분이 나오기도 전에 이걸 발견하고 스스로도 믿기 힘들어했습니다. 멘탈이 나갈 만하죠.
6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 둘레가 같다고?
가장 오래된 패러독스 중 하나입니다(《기계학》, 기원전 4세기경). 큰 원에 작은 원을 딱 붙여 하나의 바퀴로
만들고 한 바퀴 굴려 봅시다. 큰 원이 바닥에 그린 자취는 정확히 큰 원의 둘레 \(2\pi R\)예요. 그런데 작은 원도 똑같이
한 바퀴 돌면서 같은 거리만큼 나아갔으니 — 작은 원의 둘레도 \(2\pi R\)?! 그럼 \(2\pi r = 2\pi R\), 즉 모든
원의 둘레가 같다는 황당한 결론이 나옵니다.
속임수는 "작은 원도 굴렀다"는 가정에 있습니다. 작은 원은 구르지 않고 미끄러집니다. 한 바퀴 도는 동안
작은 원이 제 둘레로 굴러간 거리는 \(2\pi r\)뿐이고, 나머지 \(2\pi(R-r)\)는 바닥을 스치며 끌려간 미끄러짐이에요.
아래에서 바퀴를 굴려 두 점이 그리는 자취(굴림선)를 보세요 — 작은 원의 점은 바닥에 닿지도 못한 채 끌려갑니다.
바퀴를 굴려 보기 — 작은 원은 미끄러진다
굴린 각도 = 0°
큰 원 위의 점(파랑)은 바닥을 따라 깔끔히 구르는 사이클로이드를, 작은 원 위의 점(주황)은 바닥에 닿지
못하는 단축 사이클로이드를 그립니다. 같은 거리를 갔지만 작은 원은 둘레보다 더 멀리 — 그게 미끄러짐이죠.
7동전 회전 패러독스 — 한 바퀴인데 두 바퀴
똑같은 동전 두 개를 붙여 놓고, 하나를 다른 하나의 둘레를 따라 미끄러짐 없이 굴립니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굴린 동전은 몇 바퀴 자전했을까요? "둘레가 같으니 한 바퀴"가 직관이지만 — 정답은 두 바퀴입니다.
1982년 미국 대학입학시험(SAT)에 이 문제가 출제됐는데, 출제진이 준비한 보기에 정답(2)이 아예 없었습니다.
20만 명이 시험을 다시 채점받았죠. 비밀은 "굴러간 거리"만 세고 중심이 한 바퀴 도는 것 자체가 더하는 회전 한
바퀴를 빼먹은 데 있어요. 둘레를 따라 도는 \(R/r\)바퀴에, 공전이 주는 \(+1\)바퀴가 더해져 \(R/r+1\) — 같은
동전이면 \(1+1=2\)바퀴입니다.
굴려 보기 — 표식이 몇 번 도는지 세어 보세요
둘레를 따라 돈 각도(공전) = 0°
굴린 동전의 표식(빨강)을 보세요. 가운데 동전을 반 바퀴(180°) 도는 사이 표식은 이미 한 바퀴
자전합니다. 한 바퀴(360°) 돌면 두 바퀴 — 공전 한 번이 자전 한 번을 공짜로 얹어 주거든요.
8사라진 정사각형 — 같은 조각인데 칸이 생긴다
똑같은 조각들을 다시 끼워 맞췄을 뿐인데 빈 칸 하나가 생기는 그림. 넓이가 어디서 솟아났을까요? 비밀은
"직각삼각형"이라고 믿은 그 도형이 사실은 삼각형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밑변 13, 높이 5짜리 "삼각형"의 빗변은 기울기가 \(5/13\approx0.385\)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채운 두 작은 삼각형의
빗변 기울기는 \(3/8=0.375\)와 \(2/5=0.4\)로 서로 다릅니다. 둘을 이으면 빗변이 미세하게 꺾여요 — 한
순서로 놓으면 살짝 안으로 패고(넓이 32), 순서를 바꾸면 살짝 밖으로 불룩(넓이 33)합니다. 그 차이가 정확히
1칸 — 그게 '사라진 정사각형'의 정체죠. 아래에서 똑같은 네 조각을 다시 끼워 보세요. 삼각형 둘과
톱니 조각 둘, 그대로인데 — 빈 칸 하나가 불쑥 나타납니다.
같은 네 조각, 다시 끼우면 — 한 칸이 사라진다
파랑·분홍 삼각형과
초록·주황 톱니 조각 — 네 조각은 두 배치에서
똑같습니다(삼각형은 자리만 옮기고, 톱니 조각은 \(180^\circ\) 돌렸을 뿐). 그런데 다시 끼우면
빈 칸 하나가 생겨요. 회색 점선이 '진짜 직선' 빗변 — 조각들의 빗변이 그보다 미세하게
꺾여(기울기 \(3/8\) vs \(2/5\)) 그 틈이 \(1\)칸으로 모입니다.
9브라에스의 역설 — 길을 뚫었더니 더 막힌다
이건 도로에서 실제로 일어납니다. 차 \(N\)대가 \(S\)에서 \(T\)로 갑니다. 두 길이 있어요. 한 구간은 막힐수록
느려지고(통행시간 = 그 길의 차 수 ÷ 100분), 다른 구간은 늘 45분으로 일정합니다. 위·아래 길이 대칭이라
차들은 반반 갈라지고, 모두 \(N/200+45\)분에 도착하죠.
이제 두 길 한가운데를 잇는 아주 빠른 지름길(통행시간 0)을 새로 뚫습니다. 좋아질 것 같죠? 그런데 모두가
"막히는 구간 두 개 + 공짜 지름길"이 더 빠를 거라 믿고 그리로 몰리면, 균형에서 전원이 \(N/50\)분에 도착합니다 —
혼잡 구간을 둘 다 지나니까요. 아무도 안 바꾸는 게 나은데, 각자 최선을 택하면 다 같이 손해(내시 균형의 함정).
아래 슬라이더로 교통량을 키워 보세요.
지름길을 짓고/허물어 보기
차량 수 N = 4000
교통량이 적을 땐 지름길이 도움이 되지만, \(N\gt3000\)을 넘으면 지름길을 뚫을수록 모두가 더 느려집니다.
실제로 서울 청계천 복원(도로 철거)·뉴욕 42번가에서 길을 없앴더니 교통이 나아진 사례로 알려져 있죠.
10감자 역설 — 말렸을 뿐인데 반토막
물기 머금은 감자 \(100\,\mathrm{kg}\)이 있는데, 수분이 99%랍니다. 햇볕에 말려 수분을 98%로 딱 1%포인트만
낮췄습니다. 이제 감자 무게는? "거의 그대로 99kg쯤"이 직관이지만 — 정답은 50kg, 무려 절반입니다.
핵심은 고형분(물이 아닌 부분)이에요. 처음엔 고형분이 \(1\%\), 곧 \(1\,\mathrm{kg}\)입니다. 말려도 고형분은
그대로 \(1\,\mathrm{kg}\). 그게 이제 전체의 \(2\%\)가 됐다는 뜻이니 전체 \(=1/0.02=50\,\mathrm{kg}\)이죠. 수분 비율을
조금 바꾸면 전체 무게가 \(1/(1-w)\)로 폭삭 무너집니다.
수분을 말려 보기 — 무게가 무너진다
수분 비율 = 98%
고형분 \(1\,\mathrm{kg}\)은 고정. 전체 무게 \(=1/(1-w)\). 수분이 \(99\%\to98\%\)로 1%포인트 떨어지자
\(100\to50\,\mathrm{kg}\), 절반이 증발한 셈이죠.
11모든 집합의 집합 — 수학의 바닥이 꺼진 날
마지막은 확률도 기하도 아닌, 수학의 토대가 무너진 사건입니다. 1901년 버트런드 러셀이 찾아낸, 단 한 줄짜리 모순.
"집합"을 그냥 "원소를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하면, 모든 집합을 원소로 갖는 집합(만물의 집합)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집합이 자기 자신을 원소로 가질 수도 있겠죠 — 예컨대 "추상적인 것들의 집합"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니 자기를 포함합니다. 그럼 이런 집합을 생각해 봅시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의 집합 \(R\):
\[ R = \{\, x : x \notin x \,\}. \]
질문은 단 하나면 충분합니다. \(R\)은 자기 자신을 포함할까요?
포함한다(\(R\in R\))고 하면 — \(R\)의 원소는 '자기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어야 하므로 \(R\notin R\)이어야 한다. 모순.
포함하지 않는다(\(R\notin R\))고 하면 — 그럼 \(R\)은 '자기를 포함하지 않는 집합'의 자격을 갖추니 정의상 \(R\in R\)이어야 한다. 모순.
어느 쪽으로 가도 그 반대가 튀어나옵니다. 참도 거짓도 될 수 없는 문장이 멀쩡한 정의 하나에서 태어난 거죠. 흔히
드는 비유가 이발사예요 —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만 모두 면도해 주는 이발사"는, 자기 자신을 면도해야 할까요?
하면 안 되고, 안 하면 해야 합니다.
같은 병, 다른 증상 — 거짓말쟁이와 자기지시
러셀의 모순은 사실 아주 오래된 병의 수학 버전입니다. 그 병의 이름은 자기지시(self-reference) — 문장이나
집합이 자기 자신을 가리킬 때 생기는 어지럼증이죠. 가장 유명한 환자가 거짓말쟁이 역설입니다(기원전 4세기경).
거짓말쟁이 역설
"이 문장은 거짓이다." — 이 문장은 참일까, 거짓일까? 참이라면 적힌 대로 거짓이고, 거짓이라면 적힌 내용이
틀렸으니 참이다. \(R\in R\)이 그랬듯, 참·거짓 어느 쪽도 안착하지 못합니다.
변종도 많아요. 베리 역설은 "열다섯 글자 이하로 정의할 수 없는 가장 작은 자연수"를 말합니다 — 그런데
방금 그 수를 열다섯 글자 이하로 정의해 버렸죠(모순). 그렐링 역설은 "자기 자신을 서술하지 못하는 형용사"를
'자기서술적이지-않은'이라 부를 때, 그 단어 자신이 자기서술적인지 묻습니다 — 러셀의 \(R\)과 판박이예요.
이 모든 게 한 뿌리입니다. 그래서 현대 수학·논리는 "아무 문장이나·아무 모임이나 다 허용하지는 않는다"는
규칙(집합론의 공리, 언어와 메타언어의 구분)으로 자기지시의 고리를 끊어 모순을 막습니다.
프레게의 비극, 그리고 수습
러셀은 1902년 이 모순을 편지로 프레게에게 보냅니다. 평생을 바쳐 산술의 기초를 집합으로 세운 대작 〈산술의 근본 법칙〉
2권을 막 인쇄하려던 참이었죠. 프레게는 부록에 적었습니다 — "저술이 끝나는 순간 그 토대가 무너지는 것보다 학자에게
더 달갑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수습책이 오늘날의 공리적 집합론(ZFC)입니다. "원소를 모으면 무조건 집합"을
버리고, 집합을 만드는 규칙을 공리로 못 박았어요. 그래서 '모든 집합의 집합'은 (집합이 아니라) 너무 커서 집합이 될 수
없는 모임으로 추방됩니다. (칸토어도 비슷한 길로 모순을 봤죠 — 만물의 집합이 있다면 그 멱집합이 더 커야 하는데,
멱집합은 그 부분집합이니 더 클 수가 없으니까요.)
12멘탈이 나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열한 가지 패러독스는 결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 직관이 무너지는 자리엔 늘 "정의되지 않은 것" 혹은
"넘겨짚은 가정"이 숨어 있다는 것.
베르트랑 — 숨은 것은 '무작위'의 정의. 무엇을 균등하게 둘지 정하지 않으면 확률은 없다.
두 아이 · 몬티 홀 — 숨은 것은 정보를 얻은 절차. 같은 사실이라도 그걸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답을 바꾼다.
심슨의 역설 — 숨은 것은 '어떻게 묶느냐'. 가중치를 무시하고 비율을 합치면 순위가 통째로 뒤집힌다.
코흐 눈송이 — 숨은 것은 '길이'와 '넓이'가 별개의 양이라는 사실. 하나가 무한이라고 다른 하나가 따라가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 동전 회전 — 숨은 것은 '구른다'는 것의 정의. 미끄러짐과 공전을 빼먹으면 셈이 어긋난다.
사라진 정사각형 — 숨은 것은 '직선인 줄 알았던 빗변'. 눈이 못 보는 미세한 꺾임이 한 칸을 만든다.
브라에스 — 숨은 것은 '각자의 최선이 전체의 최선'이라는 착각. 선택지를 늘려도 균형은 나빠질 수 있다.
감자 역설 — 숨은 것은 비율의 비선형성. 1%포인트가 절반을 날린다.
모든 집합의 집합 · 거짓말쟁이 — 숨은 것은 '집합'·'문장'이라는 말 자체. 자기지시를 풀어 두면 토대가 모순에 빠진다.
패러독스는 수학이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라, 우리 직관이 슬쩍 넘겨짚은 가정을 들춰내는 손전등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멘탈이 나간 건, 사실 그 손전등을 처음 켜 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손전등은 이 사이트 곳곳에서도 켜져 있습니다. 패턴을 믿지마에는 적분이 일곱 번
정확히 \(\pi/2\)였다가 여덟 번째에 배신하는 장면이, 당연한 것 같은데 당연하지 않을 때에는
공 하나를 둘로 늘리는 바나흐·타르스키가, 서브컬처 페이지에는 A가 B를, B가 C를,
그런데 C가 다시 A를 이기는 비추이적 주사위가 기다리고 있어요. 직관은 어디서든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참고 자료
베르트랑 패러독스 — J. Bertrand, Calcul des probabilités (1889) · E. T. Jaynes,
"The Well-Posed Problem", Found. Phys. 3 (1973) — 대칭성으로 \(1/2\)를 고르는 논증
두 아이 문제 — M. Gardner, Scientific American (1959) · 가드너 본인이 질문의 모호함을 인정
화요일 아들 — G. Foshee, Gathering 4 Gardner (2010) · 통일식 \(P=(2-p)/(4-p)\)
몬티 홀 문제 — S. Selvin (1975) · M. vos Savant, Parade (1990) — 바꾸면 \(2/3\)
심슨의 역설 — E. H. Simpson (1951) · 신장결석: C. R. Charig 외, BMJ 292 (1986) · UC 버클리 입시: P. Bickel 외, Science 187 (1975)
코흐 눈송이 — H. von Koch (1904), 둘레 \(3(4/3)^n\to\infty\), 넓이 \(\to\tfrac85 A_0\)
가브리엘의 뿔 — E. Torricelli (1641), 부피 \(\pi\)(유한)·겉넓이 무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 〈Mechanica〉(기원전 4세기경) · 작은 원의 미끄러짐 \(2\pi(R-r)\)
동전 회전 패러독스 — 외접 굴림 자전수 \(R/r+1\)(같은 동전이면 2) · 1982 SAT 오답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