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lve, you again?
한 해는 12달, 시계도 12시간, 1다스도 12개. 거기까진 사람이 정한 약속이죠. 그런데 수학을 깊이 파다 보면 — 아무도 그렇게 정하지 않은 곳에서, 정수론·기하·위상이 스스로 12를 토해 냅니다. "모든 자연수의 합"에서, 모듈러 형식의 무게에서, 다각형의 경계에서, 귤을 쌓는 방법에서, 축구공에서. 왜 자꾸 12지? 그리고 — 이 12들은 서로 남남일까요, 아니면 한 얼굴일까요?
가장 악명 높은 12부터. \(1+2+3+4+\cdots\)를 끝까지 더하면? 상식으로는 무한대죠.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 1+2+3+4+\cdots \;=\; -\tfrac{1}{12}. $$장난이 아니라, 리만 제타 함수 \(\zeta(s)=\sum_{n\ge 1} n^{-s}\)를 복소평면 전체로 해석적으로 연장한 값 \(\zeta(-1)\)이 정확히 \(-1/12\)입니다. (이 "연장"이 무엇이고 왜 정당한지는 해석적 연속 편에서 따로 이야기했죠.) 그 값은 우연이 아니라 베르누이 수에서 나옵니다:
$$ \zeta(-n)=-\frac{B_{n+1}}{n+1}\quad\Rightarrow\quad \zeta(-1)=-\frac{B_2}{2}=-\frac{1/6}{2}=-\frac{1}{12}. $$여기서 슬쩍 봐 둘 것 — 12의 출처는 베르누이 수 \(B_2=\tfrac16\)입니다. 이 \(B_2\)가 앞으로 이 글의 절반쯤에서 12의 진짜 정체로 다시 등장합니다. 한편 이 \(-1/12\)는 끈 이론에서 시공간 차원이 26(=24+2)이 되는 카시미르 계산에, 양자장론의 영점 에너지에 실제로 쓰입니다. 농담 같은 등식이 물리의 차원을 정하는 거죠.
앞의 12가 어디서 왔는지 제대로 캐 보면 — 모듈러 형식(modular form)의 세계가 나옵니다. 상반평면 위에서 \(\mathrm{SL}_2(\mathbb{Z})\) 대칭(대칭 편의 그 군!)을 가진 함수들인데, 이 세계의 모든 것이 12를 분모로 돌아갑니다.
핵심 정리 하나. 무게 \(k\)짜리 모듈러 형식이 가진 영점들의 위수를 다 더하면, 늘 \(k/12\)가 됩니다.
분모의 12는 빼도 박도 못합니다. 곧장 따라오는 결론 — 0이 아닌 첨점형식(cusp form)이 처음 나타나는 무게가 바로 12예요. 그 첫 번째 첨점형식이 모듈러 판별식 \(\Delta(\tau)\)이고, 데데킨트 에타 함수로 쓰면
$$ \Delta(\tau)=\eta(\tau)^{24}, \qquad \eta(\tau)=q^{1/24}\prod_{n\ge1}(1-q^n),\quad q=e^{2\pi i\tau}. $$지수를 보세요 — \(\eta\)는 무게 \(1/2\), \(\Delta\)는 \(24\times\tfrac12=12\). 그리고 \(\eta\)의 맨 앞 \(q^{1/24}\)의 그 1/24는 어디서 왔을까요? 바로 \(-\tfrac12\zeta(-1)=\tfrac{1}{24}\) — 1장의 그 \(-1/12\)입니다. 즉 "모든 자연수의 합"의 12와 모듈러 형식의 12는 같은 12예요. \(\eta\)도 한 칸 돌리면 12가 튀어나옵니다:
$$ \eta(\tau+1)=e^{\pi i/12}\,\eta(\tau). $$심지어 이 대칭군 자신이 12를 품고 있습니다. \(\mathrm{SL}_2(\mathbb{Z})\)를 가환화하면(교환자로 뭉개면)
$$ \mathrm{SL}_2(\mathbb{Z})^{\mathrm{ab}}\;\cong\;\mathbb{Z}/12\mathbb{Z}. $$군의 가장 거친 그림자가 정확히 \(\mathbb{Z}/12\)인 거죠. 게다가 타원곡선을 분류하는 \(j\)-불변량의 그 유명한 상수 \(1728=12^3\)도, 좌표를 \(u\)배 늘리면 판별식이 \(u^{12}\)배가 되는 것도, 라마누잔의 \(\tau\)-함수가 무게 12 첨점형식이라는 것도 — 전부 같은 12의 식구들입니다.
똑같은 공 하나에 같은 크기의 공을 최대 몇 개까지 맞붙일 수 있을까? 이걸 키스 수(kissing number)라 합니다. 평면(2차원)에서는 동전 하나를 6개가 빈틈없이 둘러싸죠 — 답은 6. 아래에서 직접 늘려 보세요. 7개째부터는 자리가 없어 겹칩니다.
그런데 3차원으로 가면 — 답이 12입니다. 귤 하나에 귤 12개를 맞붙일 수 있어요(흔히 정십이면체나 입방팔면체 배치로 떠올리죠). 재미있는 건 12개를 붙이고도 틈이 꽤 남아서, 13개째가 들어갈 듯 말 듯 하다는 점입니다.
차원을 올리며 키스 수를 줄세우면: \(2,\,6,\,12,\,24,\,40\text{–},\dots\) 그러다 8차원에서 \(E_8\) 격자가 240, 24차원에서 리치 격자(Leech lattice)가 무려 196560으로 정확히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축구공을 떠올려 보세요. 검은 오각형과 흰 육각형. 육각형은 디자인마다 개수가 다른데 — 오각형은 언제나 정확히 12개입니다. 풀러렌(버키볼) \(C_{60}\)도, 바이러스 캡시드도, 측지선 돔도 마찬가지죠. 왜? 오일러 공식 한 줄이 강제합니다.
오각형 \(P\)개와 육각형 \(H\)개로만 이루어지고, 모든 꼭짓점에 면이 3개씩 모이는 다면체라 합시다. 그러면 \(F=P+H\), 변은 \(E=\tfrac{5P+6H}{2}\), 꼭짓점은 \(V=\tfrac{5P+6H}{3}\). 오일러 공식 \(V-E+F=2\)에 넣고 정리하면 \(H\)가 깨끗이 사라지고:
$$ V-E+F=2 \;\Longrightarrow\; P=12. $$육각형은 몇 개든 상관없습니다 — 육각형만으로는 곡률이 0이라 평면밖에 못 만들고, 공처럼 닫으려면 "곡률 한 덩어리"가 12개 필요한데 그걸 오각형 하나가 정확히 \(1/12\)씩 댑니다. 아래에서 육각형 수를 바꿔도 오각형이 12에 못 박히는 걸 보세요.
1장에서 슬쩍 봐 둔 베르누이 수 \(B_2=\tfrac16\)을 기억하시죠? 그게 대수기하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에서 1/12로 다시 나타납니다. 복소곡면(2차원 복소다양체) \(S\)에 대한 뇌터 공식:
$$ \chi(\mathcal{O}_S)=\frac{c_1^2+c_2}{12}. $$좌변은 정수(층의 오일러 지표)인데, 우변은 천 특성류 \(c_1^2,c_2\)를 12로 나눈 값입니다. 이 12는 리만–로흐 정리에 등장하는 토드 류(Todd class)에서 옵니다:
$$ \operatorname{Td}=1+\tfrac{c_1}{2}+\frac{c_1^2+c_2}{12}+\cdots $$토드 류의 계수들은 다름 아닌 베르누이 수예요. 그 \(\tfrac{1}{12}\)는 곧 \(\tfrac{B_2}{2}=\tfrac{1}{12}\) — 즉 \(\zeta(-1)=-\tfrac{1}{12}\)와 같은 뿌리입니다. 1장의 12와 6장의 12가 베르누이 수를 통해 한 손에 잡히는 거죠. 곁다리로, 타원 곡면에서 특이 섬유의 오일러 수 총합이 12, K3 곡면의 오일러 지표가 \(24=2\times12\)인 것도 같은 공식에서 떨어집니다.
마지막은 다시 기하로 — 그런데 이번 12는 앞에서 본 12들과 한 핏줄임이 또렷이 드러나는, 이 글의 매듭 같은 정리입니다. 격자점(정수 좌표) 위에 그린 볼록 다각형 중, 원점 하나만을 내부 격자점으로 갖는 것을 반사 다각형(reflexive polygon)이라 합니다.
이런 다각형에는 짝이 되는 쌍대 다각형(polar dual) \(P^\ast\)가 따라붙죠. 정의는 이렇습니다 — 원점을 내부에 품은 다각형 \(P\)에 대해,
$$ P^\ast=\bigl\{\,y\in\mathbb{R}^2 \;:\; \langle x,\,y\rangle \ge -1 \ \text{ for all } x\in P \,\bigr\}. $$즉 \(P\)의 모든 점 \(x\)와의 내적이 \(-1\) 이상이 되는 점 \(y\)들의 모임으로, \(P\)의 변 하나가 \(P^\ast\)의 꼭짓점 하나에 대응합니다. \(P\)가 반사 다각형이면 신기하게도 \(P^\ast\) 역시 꼭짓점이 모두 격자점인 반사 다각형이 되고, \((P^\ast)^\ast=P\)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삼각형이든 정사각형이든 육각형이든 — \(3+9\), \(4+8\), \(6+6\), 모두 12로 떨어집니다. 직접 골라 보세요.
이 12가 어디서 오는지를 정면으로 파고든 글이 비요른 푸넌(Bjorn Poonen)과 페르난도 로드리게스-비예가스 (Fernando Rodriguez-Villegas)의 「Lattice polygons and the number 12」(2000)입니다. 저자들은 이 단순한 정리의 12가 사실 여러 12와 한 몸임을 짚습니다.
요컨대 다각형 경계점의 12는 우연한 숫자놀음이 아니라, 대수기하·모듈러 형식·베르누이 수가 한데 모이는 교차로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12들은 한 얼굴이었을까요? 절반은 그렇습니다. "모든 자연수의 합" \(-1/12\), 모듈러 형식의 무게 12, \(\eta\)의 1/24, \(\mathrm{SL}_2(\mathbb{Z})\)의 \(\mathbb{Z}/12\), 곡면의 \(1/12\), 24차원 리치 격자, 그리고 방금 본 12점 정리까지 — 이건 베르누이 수 \(B_2\)와 모듈러 세계라는 하나의 원천에서 흘러나온 같은 12입니다.
나머지 절반 — 키스 수 12, 축구공 12 — 은 출신이 다른, 그러나 그 나름대로 필연인 12들입니다. 공의 차원이, 오일러 공식이 각자의 이유로 12를 골라낸 거죠. 우연처럼 보이던 숫자가 "왜 하필 12인지"를 끝까지 따라가면, 매번 그 뒤에는 강제하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푸넌과 로드리게스-비예가스는 12점 정리를 다룬 글의 들머리에서, 같은 12를 저마다 다르게 떠올릴 독자들을 이렇게 불러 세웁니다 — 이보다 좋은 맺음말은 없을 듯합니다.
대수기하를 전공한 이라면, 대수곡면의 정수 불변량과 얽힌 뇌터 공식 속의 12를 떠올릴 것이다. 보형형식(automorphic form)을 공부한 이라면, \(\Delta(z)\)의 무게 12를 떠올릴 것이다. 점성술에 발을 살짝 담가 본 이라면, 별자리 열두 개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이 정리를 — 앞의 두 12와만 연관지을 것이다. — B. Poonen & F. Rodriguez-Villegas, Lattice polygons and the number 12 (2000)